좋은 점 3가지, 아쉬운 점 3가지.
다음 달이면 개인사업자를 낸 지도 1년이 된다. 무모하게 홀로서기를 시도했는데 운이 좋게도 여기저기 일이 들어온다. 1년이 된 기념으로 좋은 점 3가지, 아쉬운 점 3가지를 정리해 봤다.
(브런치에 오랜만에 쓰는 글!)
일단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늦게 일어날 수도 있고, 아침에 극장에 가서 조조영화를 보거나 한가한 시간에 약속을 잡는다. 헬스장에 다녀올 수도 있다.
이렇게만 들으면 얼마나 근사한가. 하지만 그만큼 늦게 퇴근하고, 집에서도 일해야 하고 심지어 주말이나 여행지에서도 일해야 한다.
시간과 공간의 자유라는 건 결국 일장일단이다.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다는 건 장소 불문하고 일해야 하고, 언제나 일할 수 있다는 건 24시간 일해야 한다는 듯이니까.
나는 다행히도 주 7일 일하는 것에 최적화된 인간이었다. 하루를 조금 느슨하게 보내더라도 매일 일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여행 중에도 급한 일이 있으면 먼저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안 되면 노트북을 펼쳐서 문제를 해결하곤 하니까.
일하는 시간, 쉬는 시간이 딱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니라 어느 시간이든 일할 수도 있고 쉴 수도 있다는 건 내게 아주 큰 장점이다.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대표들의 공통점은 실행가들이다. 일단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래서 배울 게 많다. 작은 아이디어만 하나 던져줘도 금세 실현 가능성을 따져 '되겠는데?' 싶으면 바로 시도한다.
좋은 업무템도 마찬가지. IT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신문물을 들고 다니는데 미팅 때마다 "이건 뭔가요?"하고 관심 갖는 분들이 많다. 그때마다 홈쇼핑 호스트처럼 촤르륵 소개하면 '방금 결제했어요. ㅎㅎㅎ'하고 웃는다.
그들의 실행력은 가끔 부지런하고 자주 게으른 나한테 큰 자극이 된다.
회사 다닐 때부터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일단 한 번 해볼게요'라고 말하는 편이었다. 안되면 빠르게 안 된다고 말하고, 될 것 같으면 MVP라도 만들어서 일단 보여준다. 바운더리 안에 있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요청이나 기대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이 높아졌다.
밖에 나와서도 마찬가지. 특히 어떤 구조를 짤 때 주변에서 자문을 많이 구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아주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요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적당한 퀄리티가 필요한 사업이 있다. 나는 무엇보다 후자에 최적화되어 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위임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잘할 것 같다 싶으면 내가 먼저 좀 만져보다가, 잘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하는 편이다.
개발 용어 중에 '기술 스택'이라는 말이 있는데 할 줄 아는 프로그래밍 언어, 소프트웨어, 툴 등을 뜻한다. 비개발 직군도 크게 다를 거 없다. 기획도 좀 할 줄 알고, 디자인도 할 줄 알고, 마케팅도 알고, 경영도 알고, 재무도 알고 하면 그게 1인 사업가지 뭐겠는가.
불안하다. 밑도 끝도 없이 불안하다. 지금은 운이 좋게도 일이 있어서 다행인데 혹시나 모든 일이 갑자기 끊기면? 하는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정해진 월급을 받다가, 성과로 월급을 받으니 혹시나 성과가 낮아지면? 하는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래서 책도 꾸준히 읽고, 시간이 될 때마다 독서모임도 하고 공부도 계속한다. 직장인 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사는 것 같다.
직장인은 '정년퇴직하고 뭐 하지?' 미래를 걱정한다면 프리랜서나 1인 사업가들은 '당장 일 끊기면 뭐 하지?' 걱정의 시점이 현재에 맞춰있는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 보면 주 7일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 어떤 강사분도 강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버니까 이제 주 3~4일은 강의 열심히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 다니거나 아이 보면서 일과 삶의 밸런스를 지키면서 살아야겠다고 계획했는데 막상 업계에서 유명해지니까 '지금만 좋지. 곧 끝날 거야. 그러니 바짝 돈 벌어야 해'라는 불안감에 오히려 전보다 강의하는 시간이 늘어서 1년 내내 돈 버는 기계가 되었다는 웃픈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결국 소득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것 같다. 근로 소득뿐만 아니라 사업 소득, 이자 소득, 배당 소득, 임대 소득 등. 근로, 사업소득을 잘 벌 때 이자, 배당, 임대 소득 쪽을 확실히 키워놔야 근로, 사업 소득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실례지만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이 제일 무섭다. 한 단어로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상대가 한 번에 제대로 이해할까? 계속해서 고민해보고 있는데 모르겠다. 왠지 앞으로도 모를 것 같다.
애초에 '선'을 넘나들며 일하고 있으니 어떤 한 구획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지도.
이미 알고 있는 걸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먹고살 수 있겠지만 결국 트렌드나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