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결심하고 2달 만에 2.5kg 감량을 했다. 다이어터들에게 2kg은 하루에도 들쭉날쭉 하는 숫자이지만, 사이즈의 경계에 있던 나에게는 2년 만에 누려보는 안도감이다. 바디쉐이퍼 속에 살을 구겨 넣고 숨을 참아가며 올렸던 지퍼가 가뿐히 '슥~'올라가는 기분이란! 웃음이 폭죽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작년 이맘때 사이즈를 늘려서 수선했던 정장이 여유 있게 맞는다. 거울 앞에서 깡충깡충 뛰어오르며 영상을 찍어 별스타에 업로드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았다.
하지만, 내 옷장에 여전히 입을 수 없는 박제되어있는 옷들이 있다. 30대에 월급을 쏟아부어 구매했던 반쪽사이즈 옷들이다. 몸무게를 줄여도 입을 수 없다!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몸의 체형이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4층이 아닌, 3층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30대에 구매한 옷들이 50대인 지금! 맞을 리가 만무한건 당연한 것이다. 4F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자녀옷을 찾는 걸로 오해받을 수 있다.
영캐주얼이 있는 4F이 아닌 마담사이즈가 있는 3F을 기웃거려야 한다! 어쩌겠는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지! 거울을 다시 들여다보자! 딸 옷을 엄마가 입은 모양새이다.
추억의 맛처럼 추억의 핏도 있는 것이다.
덕지덕지 추억이 붙어 있는 옷은 당근에는 팔 수가 없다. 나의 추억을 2만 원에 팔고 싶지는 않다. 박제 시켜 추억의 핏을 밀봉하여 옷장 속에 계속 보관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