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하던 오빠를 따라 화실에 방문했을 때이지 싶다. 종로 2가의 복잡한 건물 4층의 계단을 올라서서 화실의 문을 여는 순간! 지독하게 쏟아져 나오던 '욱~'하니 빈속을 쏠리게 했던 유화 냄새의..... 그 유화물감 냄새를 넘어
하얗게 피어오르던 연기의 실체! 바로 화실 원장님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던 모습의 커피 향이었다. 처음 맡아본 커피 향의 매혹이란!
나는 그림이 아닌 커피 향에 취해 화실에 등록을 했다. 아마도 그때 커피중독이 시작된 것 같다.
학교 계단 구석에 선생님들만 마시던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동전을 넣으면 쪼르륵 흘러나오던 자판기커피. 친구들 앞에서 동전을 짤랑거리고 으쓱하며 버튼을 눌러댔고, 자판기커피를 마시는 나를 친구들은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다.
대학로의 자댕커피에서 약속을 잡고 기다란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커피를 모르는 친구에게 에티오피아 커피에 대해 침 튀어 가며 이야기를했던 스무 살 시절을보내고, 이대 앞에 처음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을 때 뉴욕에 유학 다녀온 친구의 흥분 어린 눈망울을 보며 한동안 모든 약속은 이대 스타벅스에서만 했었다.
커피시장이 벚꽃처럼 피어나면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떤 이들은 인류에 위대한 족적을 남기지만, 나에게는 다크서클만 깊어가는 날들만 만들었다. 그러다가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커피 중독의카페인이 원인이었으며 그 카페인이 불면증을 초래한다는 것을...
나는 커피를 끊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한순간 생각과 습관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단번에!
"싹둑!!!"
커피를 끊고 램수면에 다시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크서클은 사라졌다. 그러나, 매번 주문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오면 주저주저 10분을 서성거렸다.
"커피 주세요!"
1초도 안 걸리던 메뉴주문은 커피를 끊은 후에 결정장애의 후유증을 남겼다.
"오렌지주스 주세요! 오렌지는 직접 갈아주나요? 아니! 녹차 주세요! 녹차는 하동 녹차인가요! 아니! 음.... 그냥 물 주세요!"
"................."
매번 주문은 10분이 넘게 걸렸고, 응대하는 직원도 함께 간 일행들도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떤 음료 드실래요?"
"음... 저는 물을 마실게요!"
"네? 물을 마신다고요?"
"네!"
하지만, 커피를 마실 때와 다르게 물을 마시면 깊은 대화는 나눌 수가 없었다.
커피콩을 먹고 기분 좋아 뛰어다니던 양 떼를 양치기가처음 발견했다. 그 양들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뛰어다니던 흥분 상태인 것을 양치기도 알았겠지.....?
커피의 장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다만, 커피의 최대 단점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이 사람의 능력을 뛰어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카페인의피해사례 또한 많다.
"디카페인 커피를 왜 마셔? 카페인 없는 커피가 무슨 맛이야? 커피는 카페인 때문에 마시는 거 아니야?"
"................"
친구는 나를 향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디 카페인 커피 안 마셔 봤구나.. 하루에 커피를 5잔 넘게 마셨는데, 카페인 때문에 예민해지는 것 같고! 신경이 계속 곤두서서 날카로워 지더라고! 특히 밤에
수면의 질이 너무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6년을 끊었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가 봐. 요즘에 디카페인 커피가 많이 출시되더라고. 얼마나 훌륭한 아이디어 인지 모르겠어! 인류를 구원했어!"
"호호호, 그래?"
"너도 이제 슬슬 카페인 끊어봐! 수면의 질이 달라져! 그리고 요즘 디카페인 커피 맛이 아주 좋아!"
"그래? 나도 디카페인 마셔볼까? 호호호! 여기 디카페인으로 2잔 주세요!"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에서 카페인을 대부분 제거한 커피입니다.
-카페인 함량
디카페인 커피도 완전히 카페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원래 카페인의 97% 이상이 제거되며, 한 잔(180ml)에 약 0-7mg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