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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Jan 09. 2025

보이스피싱에서 나를 구하소서

50의 발견


잊지 못하는 2022년 크리스마스의 일입니다. 모든 일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은 크든 작든 때로는 상처로 때로는 경험치로  쌓입니다. 저처럼 보이스피싱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지만, 보이스피싱에 걸려드는 건 한 순간이고, 그 순간에는 이성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 이렇게 보이스피싱에 걸려드는구나!" 아찔한 찰나이다. 당시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였고, 알아보던 대출이 막혀서 코가 빠져 있었다. 연말이라 안 되는 대출은 새해를 다짐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던 터였다.


2022.12.21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 강좌를 신청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무료 강좌였다. 그리고, 점심 친구들과 송년회 예약이 되어 있었다. 서두르면 오전에 클래스를 마치고 점심 장소로 가서 맛있는 뷔페와 무한정 와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예상밖의 일은 늘 도사리고 있다.


A.M 8:00

아침에 일어나니 중서부 지역에 밤새 눈이 8cm가 내렸다. 한 뺨 가까운 눈이 쌓이면서 곳곳에 교통 혼잡이 생겼고, 모닝 뉴스에선 화이트 크리스마스 소식과 눈피해 소식으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A.M 10:20

1. 보이스피싱은 바쁜 시간에 걸려든다.

"따르릉~따르릉~~"

"자 이 나뭇잎을 여기에 붙이세요."

"따르릉~따르릉~~""

수업 중에 계속 울려 대는 전화소리에 나의 마음은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고객님! 00 은행입니다. 대출 신청 하신 건이 승인되어 연락드렸습니다."

"여보세요! 어디시라고요?"

"00 은행입니다. 000 고객님 아니신가요?

"맞습니다."

2. 당신의 정보는 어디선가 털렸고, 누구나 아는 공공기관, 시중 은행을 사칭한다.

"대출 신청 하셨죠? 지금 승인돼서 연락드렸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주셔야 합니다. 연말이라 금융권이 마감이라 지금 인증이 안되면 내년 언제 될지 모릅니다!"

"아, 여보세요! 제가 지금 다른 일로 바빠서 통화가 됩니다."

"아, 그러시면 고객님이 신청한 대출은 취소하겠습니다."

3. 보이스피싱은 받지도 않은 손해를 이야기한다.

" 아, 여보세요. 잠시만요!"

"고객님, 연말이라 대출을 다루는 저희는 바쁩니다. 바로 5분 안에 인증해주시지 않으면 모두 취소됩니다."

"칵!"

"여보세요!"

"......................"


A.M 10: 30

"자, 여기 끈을 돌려서 붙여주세요"

클래스 강사는 트리 만들기 설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잘 따라가던 트리 만들기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고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끊어진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띠리릭~" 문자가 왔다.

-고객님 지금 파일을 다운로드하시고, 전화를 받아 주세요. 김 00 과장님의 휴대번호입니다. 5분 후에 김 00 과장님이 전화를 하실 겁니다. 고객님 본인이 맞다고 승인해 주시면 바로 입금됩니다.-

"띠리릭~"

문자의 내용처럼 00 은행의 김 00 과장이라고 휴대번호가 적혀 있었으며, 다운로드 파일이 전송되었다.


4. 불법 파일을 다운로드 하라고 한다.

나는 파일을 다운로드 했다. 그리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테이블에 전화기를 올려놓고 트리를 만지작 거렸다. 보조강사가 옆으로 다가와 뒤쳐진 트리를 같이 만들어 주었다.


A.M 10:40

5. 불법파일을 다운로드하면 모든 전화번호의 내용조작된다.

"따르릉~따르릉~"

"00 은행"으로 쓰여 있는 휴대폰 화면이 떴다.

"여보세요!"

"000맞으시죠? 대출 승인건으로 전화드렸습니다."

나는 보조강사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보세요! 제가 지금 다른 업무 중이라 통화가 어렵습니다. 12시에 전화드려도 될까요?"


6. 전화통화는 무조건 빠르게 진행한다.

"고객님! 연말이라 저희도 바쁩니다. 고객님이 지금 대출을 승인하지 않으면 취소됩니다. 오전에 어렵게 승인이 나서 전화했는데 취소하시겠습니까?"

"아, 여보세요! 그게 아니라 지금 통화가 어려워서요. 제가 12시에 전화드릴게요."

"고객님! 다시 말하지만 지금 본인 확인이 안 되면 대출은 취소됩니다. 취소하시겠습니까?"

"어휴, 여보세요! 그게 아니라요! 아, 아니에요! 승인할게요! 어떻게 승인하나요?"

"고객님 파일 다운로드 하셨죠? 거기에 은행정보 입력하시면 됩니다. 그쪽으로 입금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A.M 10:50

강의실에서는 트리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바쁜 마음에 다운로드한 파일을 열고 은행정보를 입력했다. 어딘가 조잡한 화면이 어설펐지만, 빨리 등록을 하고 강의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입력을 하고 확인을 눌렀다.


A.M 11:10

강의실로 들어와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트리를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전구를 다니 근사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완성되었다.

"따르릉~따르릉~~"

'00 은행'으로 전화기에 정보가 떴다. 걸려오던 전화는 끊기면서 문자가 다.

"김 00 과장 직통 번호 010-123-4567로 전화 주세요."


돌이켜 다시 생각하면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에 걸려든 나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그들의 말에 조정당하고 있었다.

A.M 11:20

"여보세요!"

" 네! 고객님! 올해 마지막 신생활대출이 승인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통장 번호 알려 주세요.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7. 입금을 해준다며 안심과 기쁨의 신호를 준다.

"아, 네! 행복은행 1111-111-111입니다."

"네! 1시간 안에 입금됩니다. 고객님 완료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칵!"

나는 당황하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런! 행운의 눈이 나에게 내렸군!ㅎㅎ'


완성된 크리스마스트리를 진열하고 인증샷과 소감을 발표하며, 원데이 클래스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완성된 트리는 70cm가량으로 크지막하게 반짝거렸다. 커다란  투명백에 트리를 친구들과의 송년회 장소를 향해 버스에 올라탔다.


P.M 12:15

"따르릉~~~ 따르릉~~~~"

김 00 과장의 휴대번호였다.

"고객님! 지금 입금하려고 하는데, 입금이 안 되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고객님이 예전에 받았던 대출이 있어서 한도 승인이 5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게 정부에서 00 은행으로 특별하게 해주는 대출이라 예전 대출이력이 있으면 안 됩니다. 안타깝게 됐습니다."

"예전 대출은 다 갚았는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고객님 같은 경우가 제일 안타깝습니다. 도와 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네? 방법이 있다고요?

"네! 5천만 원을 바로 승인받아서 입금해 드릴 수 있습니다."

"네? 5천만 원이 승인된다고요?"

통화를 하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정차역은 000입니다. 내리실 분은~~"

"잠시만요! 바로 전화드릴게요!"

나는 다급하게 하차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렸다. 70cm가 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눈이 쌓인 도로를 조심조심하며 넘어질세라 발가락과 다리에 힘을 주며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8. 보이스피싱에 걸려들면 생각할 틈 없이 몰아치듯 전화가 걸려온다.

P.M 12:20

"따르릉~~ 따르릉~~"

김 과장이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식당에 가서 통화를 하기로 하고 눈길을 계속 걸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캐롤과 함께 반짝이는  화려한 크리스마스분위기가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친구들이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어머, 부지런하기는, 호호호, 트리 멋지다, 나도 신청할걸! 호호호"

"어머머, 그러네, 트리 근사한데? 호호호"

"어휴, 말도 마, 이거  만드느라 식은땀 흘렸어!"

"왜, 식은땀까지 흘려?"


P.M 12:35

"따르릉~~ 따르릉~~"

00 은행으로 찍힌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여보세요! 고객님! 지금 입금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김 00 과장님한테 얘기를 들으니 고객님이 안타까운 사정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제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보세요, 잠시만요!" 나는 친구들에게 통화중을  가리키며 출입구로 나갔다.


10.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유인한다.

"여보세요! 고객님! 지금 계신 곳이 어디세요?"

"여기 00동 어디입니다."

"잠시만요! 그 가까운 00 은행 00점으로 가셔서 900만 원을 현금으로 찾으세요. 은행직원이 무슨 용도로 쓸 거냐고 물으면 병원비로 한다고 얘기하세요. 그러면 저희 김 과장님이 그 은행 00점 앞으로 가실 거예요. 그리고 김 과장님이 알려주는 통장으로 입금하세요. 지금 빨리 은행으로 가세요. 그렇게 하면 3시까지 5천만 원이 입금됩니다."

"저 여보세요! 지금이 12시 50분인데 어떻게 900만 원을 찾아요?"

"그러니까 지금 빨리 은행으로 가세요! 제가 알려드린 데로 하세요! 그래야 3시에 입금이 됩니다."

"딸칵!"


P.M 12:55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친구들은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와서 잔치상을 차려놓았다. 와인잔을 흔들며 건배를 하자고 했다. 나는 좌불안석 었다.

"따르릉~~ 따르릉~~~"

김 00 과장의 휴대번호였다.

나는 다시 통화중을 가리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의 이상한 행동에 친구들은 당황해했다. 출입문으로 나와 통화하려는 나를 친구가 따라 나왔다.

"무슨 일이니?"

"아니야, 잠시만, 금방 통화하고 들어갈게!"


P.M 13:05

"여보세요! 고객님 지금 저희 직원이 도와 드린다고 하는데, 그래서 제가 출발하려고 합니다. 고객님 지금 리 은행으로 가셔서 현금을 찾으세요! 직원이 말한 데로 꼭 하셔야 합니다. 5만 원권으로 900만 원을  찾으세요. 그리고 제가  알려드리는 통장으로 입금하면 됩니다. 출발하세요!"

"아, 네.... 네....."

"3시까지. 입금받으려면 서두르세요."

"딸칵!"

P.M 13:10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친구들은 한껏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엉덩이는 반쯤 걸쳐진 좌불안석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기, 미안한데, 내가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어머, 이게 무슨 말이야? 야, 너 오늘 좀 이상해! 꼭 보이스피싱 걸린 사람 같아! 호호호"

"아니, 그게 아니고..."

"무슨 일인데? , 우리 오늘 송년회잖아! 무슨 급한 일인지 얘기 들어보고 가는 거 허락해 줄게! 어서 얘기해 봐!"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얘기를 듣던 친구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것이다.

"야, 바보야, 그거 보이스피싱이야! 전화기 줘봐!"


P.M 13: 25

그때 00 은행으로 다시 전화가 울렸다. 친구 나의 전화기를 들고 스피커폰을 눌렀다.

"여보세요! 고객님!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고객님? 고객님? 어디세요? 주변소리가..."

"여보세요!"

"거봐~~ 이거 보이스피싱이야! 말소리가 중국사람 이잖아!"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큰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순간 보 이 스 피 싱 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오르면서 정신이 번개처럼 들었다.

나는 녹음버튼을 누르고, 잠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 여보세요! 제가 지금 출발하려고 하는데, 김 00 과장님은 어떻게 생기셨나요?"


11. 혼자 있을 때 전화를 받으라고 조정한다.

"여보세요, 고객님 지금 옆에 누구 계신가요? 고객님! 지금 혼자 아닌가요? 조용한 곳에서 통화하시죠?"

표준어를 쓰던 상담원은 당황하면서 중국 사투리가 베어 나오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김 00 과장님 신상착의를 알려주시면~~"

"딸칵"

"여보세요?"

"뚜~~~~~"


12. 들통이 나면 꼬리 자르고 잠적한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김 00 과장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받지 않았다. 전화기를 보니 오전 10시 20분부터 25통의 전화를 걸어왔다. 다시 김 00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14. 정신을 차리고 바로 112에 신고한다.

친구의 휴대폰으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제가 지금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습니다. 00 은행에서 900만 원을 찾아서 만나기로 했어요."

"여보세요! 선생님! 다시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나는 자초지경을 얘기했다.

"선생님! 지금 통화했던 전화번호를 모두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다운로드한 파일은 바로 삭제하세요. 선생님, 지금 입금하신 것 아니지요? 정말 다행이십니다. 요즘 아주 보이스피싱이 극성입니다. 선생님은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아! 네! 네! 감사합니다."


앞에 앉아 있던 친구들은 현장에서 잡았어야 했다며 아깝게 놓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신없이 지나간  오전 3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이람! 뉴스에서 떠들던 보이스피싱에 내가 걸려들다니!'


P.M 13:40

"아는 지인은 보이스피싱으로 1억을  피해봤데"

"어머, 안 됐다! 어떡하니...."

"아버지가 교통사고 당했다고 수술비를 붙이라고 했데! 붙이다 보니 1억을 붙였더래!"

"그러게, 뉴스에서 보니 피해가 많은 것 같더라. 오늘 바로 눈앞에서 네가 당하는 걸 보니 끔찍하다! 그래도 다행이야, 너 우리 아니었으면 나갈 뻔했어."

"그러게 말이야, 너희들 아니었으면 큰 일 날 뻔했어! 나 미치지 않았니? 내가 보이스피싱을 당하다니! 호호호, 고마워!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들아!"

"오늘은 내가 살게!"

"호호호, 마시자, 건배~"


보이스피싱은 우리의 약한 곳을 파고듭니다. 금전, 가족, 법적인 취약점을 건드립니. 개인 정보가 어디선가 털렸다 해도 그들이 던지는 건 무작위 피싱입니다.  그들이 개인정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지금은 은행권에서 많은 주의를 하지만, 여전히 보이스피싱은 성행하고 있고,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모르는 이에게 돈을 송금하지 마시고, 송금은 되도록 미루세요. 그리고, 송금할 때는 옆에 누구라도 붙들고 물어보세요. 옆사람의 눈과 귀는 아직 이성으로 열려 있을 겁니다.

그리고, 통신사에 전화해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스팸 프로그램을 활용하세요. 모바일뱅킹에서 권장하는 보안 프로그램도 꼭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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