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예린의 「지켜줄게」

자유로운 너희들을 사랑해

by 채이
따라오듯 하다 멈추는 고양이
아마 이 도시에서 유일히
자유로운 마음일 거야
- 백예린 「지켜줄게」

그러니까, 우리 고양이들은 전래동화처럼 나에게 찾아왔다. 고양이들은 한 날 한 시에 구조되었다. 하나를 구조해서 병원으로 가는 도중, 다른 하나를 또 발견해 함께 구조한 것이라 들었다. 아기 고양이들은 본래 따로 지내다, 병원에서 우리 청소를 위해 잠시 두 마리를 함께 놔뒀더랬다. 함께 있는 모습이 귀여워 언니가 사진을 보내줬고, 그 모습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두 마리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 처음에는 까만 고양이만 입양하려고 했다. 하지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던 다른 한 마리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병원에서 두 마리를 함께 입양하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말에 에라 모르겠다, 둘을 모두 데려왔다.


그러니 길을 잃은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구조되어 우리 집에 오기까지는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모두 겹쳐진 결과였다. 형제가 아닌 고양이들이 같은 날 구조된 것도, 잠시 함께 지내게 된 것도, 결국 둘을 함께 데려온 것도, 모든 퍼즐이 들어맞아 나에게로 왔다. 행복한 우연이다.

출근하는 길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백예린의 「지켜줄게」가 떠오른다. 고양이는 정말 “이 도시에서 유일히 자유로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귀엽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눈을 땡그랗게 뜨고 온 집을 휘젓고 다닌다. 무슨 짓을 해도 ‘너는 나를 사랑할 거야’라는 강력한 믿음을 장착하고 있는 듯하다.


싫은 것은 죽어도 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상처받은 얼굴을 할 줄 알고, 그것을 숨기지 않는, 좋아하는 것에 코가 빨개지도록 달려들고, 질리면 질린 티를 팍팍 내는 귀엽고,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들.

또 놀러 올게
괜시리 눈물 나네
너를 보러
또 올게

아기들은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한 살이 되었다. 조그맣고 보송보송하던 털뭉치가 제법 늠름해졌다. 성묘가 되니 각자의 개성도 더 도드라진다. 한 마리는 천하태평 느긋하고, 한 마리는 똑똑하지만 유난히 겁이 많다. 그럼에도 둘 다 애쓰지 않는다. 그 점이 몹시 고양이답다.

마음이 허락하는 만큼만 다가오는 고양이들은 오늘도 내 옆에 와있다. 하지만 옆에 있다고 끝까지 머무르진 않는다. 한창 꽃단장을 하다가 잠들 수도, 뭔가 흡족하지 않으면 휙 가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제멋대로의 존재들을 무척 사랑한다.


부드럽고, 말랑하고, 자유로운 생명들. 이 도시에서 유일히 조건 없는 따뜻함은 참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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