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

by 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한로로, 「사랑하게 될 거야」

누군가를 곁에 둔다는 건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내게 오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1박 2일의 연출이었던 유호진 pd의 글이었는데, 여기저기 퍼져있어 나에게까지 닿았으니 꽤 유명한 글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나가다 우연찮게 본 것이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나는 그 글을 참 좋아한다.


그 글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얼굴이 따라온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한 세계가 내게 오는 것, 다시 말해 그의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그를 통해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축구선수의 이름, 처음 보는 브랜드의 옷과 신발, 어디가 최고의 국밥집인가 등을 알게 된다. ‘등지고 딱딱’, ‘무회전 슛' 같은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관심도 없던 아웃도어 브랜드의 옷을 사게 된다.


내 취향과 그의 취향이 겹쳐지고 이제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섞인다. 좋아하는 국밥집이 생기고, 어떤 브랜드의 팬이 되고, 자고 있는 그의 옆에서 새벽까지 롤 결승전을 챙겨본다. 그의 세계를 통해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새로운 취향을 획득한다.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떤 것에는 애정을 듬뿍 쏟게 된다. 그를 통해 나의 세계가 전과는 다른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한 사람의 세계가 오는 것은 나의 어떤 부분이 밀려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결혼은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그것을 경험하게 한다. 내가 몰랐던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에 큰 실망을 하게 된다. 함께 살지 않았으면 평생 몰랐을 그의 비밀, 잘못 같은 것들을 우르르 알게 된다. 어떤 것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가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결혼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은 내 세계의 한 부분이 아예 떨어져 나가는 것과도 같다. 그의 모난 부분이 비집고 들어와 나의 어떤 것을 앗아간다. 나의 모난 부분 또한 그를 찌르고 그의 세계의 일부를 떼어낸다. 결혼은 상상 속의 그것만큼 달콤한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럼에도, 고개를 돌려보면 항상 그가 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 버린 한로로의 노래가 맴돈다.

아파했지만 또 아파도 되는 기억
불안한 내게 모난 돌을 쥐여주던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알고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척 망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두 세계가 만나서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서로의 세계가 섞이고, 침범당하고, 파괴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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