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잘 가라 인사 같은 건
해줘야지 너에게 또 나에게
- 최백호, 「나를 떠나가는 것들」
영원할 것 같던 애착은 생각보다 쉽게 식는다. 좋아하는 노래, 음식, 친구는 때때로 변한다. 곱씹어듣던 노래가 지겹고, 자주가던 식당에 가지 않고, 오랜 친구와 연락하지 않는다. 재생목록에서 노래를 삭제하고, 새로운 식당을 찾아보고, 좋아요로 안부를 대신한다.
그런 일들은 꽤 서글프다. 마음을 쏟던 어떤 것을 더이상 애정하지 않을 때, 나의 어떤 부분이 식는다. 사랑, 열정, 설렘같은 것들 말이다.
2023년 <씽어게인>에서 꽤 충격적인 무대를 봤다. 가수 1호와 25호의 듀엣 무대였는데, 그들은 최백호의 「나를 떠나가는 것들」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나이차가 꽤 나는 두 사람이었기에,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서로를 보내주는 듯한 연출이 되어버렸다. 처음 그 무대를 접했을 땐 적잖이 충격이었다.
잘 가라 나를 지켜주던 것들
그것은 열정 방황 순수 같은 것들
그 해는 딱 서른이 되던 해라 살짝 정신이 차려지지 않을 때였다. 20대가 정말로 다 끝났다는 사실에 맥락없이 우울해지곤 했다. 그런 와중에 알게된 최백호의 노래는 나의 20대에 바치는 장송곡 같이 느껴졌다.
치기어린 20대라 용서받던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진짜 어른의 삶으로 들어가는게 참 두려웠던 까닭이다. 최백호의 말처럼 ‘열정, 방황, 순수’는 나를 지켜주는 것이기도 했다. 1년 차이로 ‘의젓한’ 30대가 되어야 하는게 영 내키지 않았다.
배웅은 또 다른 마중일 테니
해야겠지 너에게 또 나에게
이제 30대인 것에 꽤 익숙하다. 나이때문에 불쑥 기분이 가라앉는 일도 드물어졌다. 하지만 일과 공부에 바쁘게 치이다 보면, 밤을 새워 사랑했던 것들을 그냥 지나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좋아했던 아이돌, 주말 여행 같은 것에 할애할 시간이 남아나질 않는다. 마음을 쏟던 취향들이 조금씩 뒤로 밀려난다.
“젊음 자유 사랑같은 것들”은 시간에 속수무책이다. 지금 내가 애정하고, 온 마음을 쏟는 것 또한 언젠간 무뎌질 것이다. 나도, 함께 살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도 같이 늙는다. 그때는 또 지금의 시간에 작별하며 새로운 시간을 마주해야한다.
배웅은 또 다른 마중일 테니, 보내주면 오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데굴데굴 흘러가는 세상은 가끔 서글프지만 그런대로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