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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이 Jun 30. 2021

인생의 분기마다 저는 글을 써요

[소품집] 6월에 보내는 편지

인생의 마디마디에서 글을 쓰는 것이, 제게는 통과의례 같은 일이 돼버렸어요. 일년의 반이 지나가고 논문 통과가 코 앞인 지금, 그 통과의례를 치르려고 합니다.


2021년도는 제게 아주 고단한 해였답니다. 벌려놓은 일들이 하나씩 봉오리를 맺어 피게 해달라고 여기저기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죠. 작년이 시작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면, 올해는 그것들을 해내기 위해 나를 내던져야만 했어요. 1월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한 학위 논문은 수정에 수정을 거쳐 아직까지도 수정 중이에요. 그 와중에 느닷없이 개인 공간을 얻을 기회를 얻어 그곳을 가꿔야 했죠. 참 쉽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어요.


산 넘어 산으로 이 일이 끝나면 저 일이, 저 일이 끝나면 그 일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절 숨차게 만들었어요. 고치고 고쳐도 내 논문엔 불친절하신 교수님들과 급작스런 프리랜서 전환으로 기인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융합해 아주 큰 덩어리가 되었죠. 제 마음은 늘 누가 둥둥 북을 치는 것처럼 진정하지를 못했어요. 일 할 땐 잠잠하다가, 퇴근길에 곤두박질치고, 다시 집에 와선 침착하려 애쓰며 논문을 쓰던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벌써 2021년도의 반이 훌쩍 흘렀네요.  

씩씩하진 못해도 꾸역꾸역 버텨냈더니, 웬걸요? 일년의 반을 무탈하게 보냈지 뭐예요?

 신기하게도 지금은 논문 통과를 앞두고 있고, 커리어에 대한 결단도 마쳤어요. 시간이 약이라더니 아수라장이던 마음은 잔잔한 물결이 되었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 나를 살피는 글을 쓰고 있어요.

이 통과의례를 무사히 끝마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고, 1년의 나머지 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함이죠.


한 해의 반이 가버린 이때,

여러분은 나를 살피고 있으신가요?


6월이 보내는 편지가 훨훨 날아 12월의 나에게 닿기를 바라요.

또 끙끙 앓으며 삶을 살아갈, 그래서 더 멋진 나에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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