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 자신을 믿지 못했을까?

스타트업 피치를 보면, 모두가 확신에 찬 말투로 “이 시장은 분명히 온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외친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에겐 어딘가 연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단단한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말투 뒤에 불안과 연습된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지나치게 강한 확신은 오히려 불안함과 잘 안 되고 있음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 같았다. 물론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고 사람을 설득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패 확률이 90%를 넘는 이 업계에서 그런 태도는 때로는 ‘억지스러운 신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하기로.

내가 하는 일에 실패가 따라올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가능성이 꽤 크다는 걸 인정하면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 내 태도는 어쩌면 남들 눈엔 ‘여유를 부리는 사람’, 혹은 ‘확신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은, 확신을 연기하지 않기로 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며칠 A를 만났다.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레 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그 순간 A는 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나는 점점 궁지로 몰렸다. 마치 절벽 끝에 선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마주했다.

“아,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었구나.”


돌이켜보니, 확신이 없었던 이유는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여행업이라는 현실적인 프레임 안에서만 고민했다. 이게 잘 될까? 돈이 될까? 스스로도 회의적이었고, 그러니 말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확신이 생길 리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B와 통화를 하면서 마음속 퍼즐이 맞춰졌다.

AI라는 개념이 나의 사업 구상에 들어오면서 전혀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

“이건 재밌겠다. 해보고 싶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로 다가왔다.

내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제야 알게 됐다.

확신은 연습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일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라는 것을.


억지로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좋다.

확신은 ‘있는 척’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고, 믿고, 움직이고 싶은 것을 만났을 때

비로소 눈빛과 말투에 스며든다.


자기확신을 가지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했다.

하나는 나 자신에게 거짓 없이 솔직해지는 용기.

다른 하나는 내가 진심으로 끌리는 일을 만나는 경험.


나는 이제서야 내 일, 내 방향,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확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서야 발견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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