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와 처음 ‘1인기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단어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회사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내 리듬대로 일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자유로운 삶 아니야?”
그렇게 생각했고, 나도 그걸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퇴사 후 혼자서 많은 일을 해냈다.
기획도 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제안서도 쓰고, 많은 업체들을 만났다.
하루하루는 분명 바빴다.
그런데 이상했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없었다.
트레드밀 위에서 계속 뛰고 있지만
제자리에 있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조급해졌고 멘탈이 조금씩 흔들렸다.
그러다 개옹님의 소개로 재령님을 만났다.
재령님은 나와 같은 목표와 방향을 가진 분이었고
금세 의기투합 했다.
함께 일정을 조율하고, 역할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일이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했다.
혼자서 일할 땐 하루에 많은 일을 하긴 했지만
‘진척’이라는 감각은 없었다.
그런데 재령님과 함께 준비하면서부터는
일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첫 대전 로컬 투어를 진행했다.
평일 아침이었고,
외국인 유학생들의 시험 기간과 겹쳐
참여 인원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에겐 정말 큰 의미가 있었다.
오랫동안 머릿속에만 있던 기획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을 보내고 나서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 처럼 스처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건
"혼자였다면 절대 해낼 수 없었다"는 확신이었다.
기획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홍보, 응대, 진행, 돌발 대응…
그 많은 것을 혼자서는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재령님과 투어 회고를 하던 중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선 1인기업엔 투자하지 않아요.”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유를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사업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걸
투자자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지원사업에서도
팀원과 역할분담을 중요하게 보는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혼자 일하고 싶었다.
혼자 벌고, 혼자 기획하고, 혼자 결정하고.
그게 더 유연하고, 효율적이고,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사람과 부딪히고 감정소모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혼자서는 절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없다는 것.
해내더라도, 거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혼자서는 빠르지만, 함께는 멀리 간다.”
그 말이,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의 본질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