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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Dec 14. 2016

가는 해를 돌이켜보며

수줍게 성장했던 2016, 조금 더 빨라질 2017.

   2016년이 벌써 지나간다. 아직 지나가지 않았으니, 호흡을 고르고 볼 수 있는 12월의 중턱인 지금이야 말로 돌아보기에는 최적의 시기인 듯하다. 내 2016년은 크게 세 가지의 단어, 결혼, 유학, "나", "주위"로 대표되는 한 해였다.


 완전히 다른 관계의 시작을 시작하였다. 작년 이 맘 때쯤 결혼 준비로 정신없었을 때는 몰랐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이 것이 참 쉽지 않다. 새로운 사람과 하루 잠깐 부딪히는 것이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회사의 상사처럼 잠깐 보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24시간, 365일을 쉴 새 없이 부딪히는 그런 관계였다. 학교 다닐 때 Speaking과 Writing의 차이를 말해보라 하면 항상 먼저 나오는 차이점은 "준비할 시간이 없고, 주워 담을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법정스님의 "즉문즉답"처럼 적응해야 했다. 삶을 그대로 완전 헛 산 것은 아니었는지,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평생의 관계라는 것이 그렇듯이, 융통성을 넘어 진심을 다해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1년도 채 되기 전에 홀로 살 결심을 하고 유학을 왔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경험을 했다는 것, 이는 결혼하기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왜 신혼 초에 낭만이 가득할 텐데 라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꽤 진지한 문제였다.  타버린 밥을 보면서 그냥 먹기보다는 왜 타버렸을까를 생각하고 이를 부끄러워 지 않는, 그리고 이 마음가짐이 결혼생활에도 드러날 수 있는 2017년을 만들어봐야겠다. 


  유학이라는 것을 결정하고 떠나왔다. 이 역시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삶에서 배운 대로 하면 되는 것이기는 하였다. 30살을 넘게 살면서 사회에서 모나지 않았기에 많은 것이 비슷한 영국 사회에서 역시 적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언어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이는 여기서 풀어내기는 쉬운 것은 아니니 생략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잘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온 유학이다. 학비 + 생활비 + 기회비용(연봉 등..)까지 생각하면 사치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배우고 있는 것들이 있으며, 나아지고 있는 것이 있다. 학기 초에 언어부터 시작된 많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조금씩 해소되고, 다시금 나답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2017년에는 더욱더 공격적이고 더욱더 적극적이긴 내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차포를 모두 뗀 "나"에 대해 고민한 한 해였다. 2015년 12월 20일 비행기 안에서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삶을 시작해보자라는 작은 결심 아래 블로그를 시작하였고,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아직은 이 글의 질이나 수준에 대해서는 모자람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글을 씀에 두려움이 덜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가 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진지해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책과의 저자와 치열하게 대화하고, 세상과 대화해서 근거 있는 나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는 어떤 것보다 2017년에 조금 더 가치 있는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하여 2017년에는 나름의 프로젝트인 "두 번 읽고 두 번 리뷰하기"를 수행하고 내 삶의 일부를 데이터로 만들어내 보려고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2016년은 나름 참 감사한 한 해였다.


 겉으로는 강한 척 하나, 너무 여린 나에게 유학이란 그야말로, "고독"을 배우러 오는 시간과도 같았다. 슈펜 하우어가 말하길 "고독을 싫어하는 자, 자유를 싫어하는 자"와 같다고 하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함께 항상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컨트롤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약간의 긁힘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시간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나 자신의 혼자 시간도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것이 누구처럼 "주말의 평일화, 야간의 주간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되뇐 것처럼 "자신의 삶을 존중하자"를 조금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집중해있었다. 하지만 딱히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균형을 가져야 할 것 같고, 그럴 시기라는 생각에 골몰하는 시간이 유달리 많았던 한 해였다.


 당초 계획은 2017년의 마음 가짐을 따로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물과 같이 쪼개지지 않는 것인지라, 자연스럽게 17년 계획을 풀어놓게 되었다. 부디 매일 인격적으로든, 지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영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나아지려 애쓰는 내가 되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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