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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Feb 28. 2017

400억의 빚을 진 남자의 생존 경영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사피엔스를 원서로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더뎠다. 한 달 가까이 읽고 있는데 이런저런 일로 반 넘게 밖에 아직 읽지 못했다. 그래서 짬 짬 이로 읽으려고 고른 책이 이 책이었다.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얇았다. 제목 그대로 아버지의 기업을 400억의 빚과 함께 유산으로 받은 한 대기업 직원이 그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사실 겉 책날개에 적혀있는 것처럼 아주 대단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직장인이라면 동감할 만한 구석이 여기저기 있었기에 흥미롭게 거침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중에 인상 깊은 부분을 정리해본다.



거래처 부장은 몇 개월 전만 해도 "유자와 씨가 아니면 절대 안 돼."라고 말했었는데... 비즈니스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떠난 사람은 잊히기 마련이라는 말이 뼛속 깊이 사무쳤다.

이 말이 참 와 닿았다. 신입 때부터 느낀 것이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취업 전에 충고를 주셔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나 하나 빠진다고 생각 외로 회사가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뿐일 수 있다. Bureaucracy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인간적인 요소에 흔들리지 않도록 조직된 체계이기 때문에 이는 어찌 보며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필수적인 인원"이 되라고 하지만, 회사의 조직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이는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떠는 데는 이골이 나서 '최악 중의 최악'일 때는 도대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떠오르는 것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종이에 써 내려갔다. 요컨대 '파산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성격이 많이 여려서 인지 신입 때는 어떠한 문제든 맞서는 그 순간마다 너무 힘들었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한 가지를 배우고 나서부터는 그러한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줄었다. 바로 Devide and Conquer였다. 이 책에서는 일점돌파, 전면 전개 전략이라고 언급된다. 업무의 목표를 명확히 다시 보고 이에 기반해서 업무를 최대한 쪼갠다. 그렇게 쪼개서 보면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것은 많지 않다. 이런 식으로 한 걸음씩 매번 앞으로 나갔다. 아울러 이 책의 저자처럼 최악의 경우를 써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 부분을 버트란트 러셀의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깨달았다. 이 방법은 공포를 넘어서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스스로 일어섰다는 성취감,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행복, 지역사회와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쁨, 그리고 삶과 가족에 대한 감사...,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까지는 참으로 기나긴 세월이 필요했다.

앞서 내가 이 책에 대해 그리 좋지 않은 평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정말 이 빚은 큰돈이고 이를 갚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대단한 것은 그의 가족이 그를 떠나지 않고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를 가장 마지막에 서술하였다. 사실 나는 이 사람의 경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 경우를 겪어 본 적이 없으니 이는 이상한 것은 아니다. 분명 엄청나게 괴로웠을 것이다. 심리 치료가 필요했던 상황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가족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세상 어떤 것보다 귀한 보물을 확실히 가졌다.


Badass of the Week에 소개된 히데아키 아카이와란 사람이 있다. 별안간 터진 지진 속에 아내를 구하기 위해 바닷속에 잠수하고 나아가 어머니까지 구한 사람이다. 자기 목숨도 건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비록 책에 대해서 그리 좋은 평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결혼도 하고 직장도 가지고 나서 보니 이 저자의 삶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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