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읽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지도 벌써 2주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건으로 우리는 정말 대한민국이 이렇게 극한으로 나눠서 싸울 수도 있구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가까운 친척이거나, 심지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남남인 것 마냥 "죽일 듯이" 싸웠습니다. 왜 그들은 그러했을까요?
그들이 각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고 우리는 서로 프레임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서로 프레임이 다르면 어떠한 말을 해도 완전히 다르게 그 내용을 해석하게 됩니다. 이러한 프레임은 한때 최인철 교수님의 "프레임"이라는 책으로 한 때 쉽게 소개된 바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러한 프레임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선거가 얼마 남지 않고,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면 이 책은 정치권을 이해하고, 다른 프레임을 가진 이들끼리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할지 아주 쉽게 이야기해줍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889805
가장 핵심이 되는 보수와 진보 간의 근본적인 차이 부분부터 이야기해보죠.
- 보수의 세계관: '엄격한 아버지 모형'
'엄격한 아버지' 모형은 다음과 같은 전제를 깔고 시작합니다. '세상은 본래 험한 곳이고, 앞으로도 험할 것이다. 왜냐하면 바깥세상에는 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세상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살아가기가 힘들다. 어디에나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으며, 절대 선이 있고 절대 악이 있다.' (중략) 그리고 이런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하고 엄격한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이 기회의 땅에서는 자기를 절제하고 이익을 추구하면 장차 부유해지고 자립할 수 있습니다.
- 진보의 세계관: '자상한 부모 유형'
부모, 즉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녀를 키우는데 동등한 책임을 집니다. 모든 어린이는 본성이 선하며, 세상 역시 더 나은 곳으로 바뀔 수 있으며 또 바뀌어야 합니다. 부모가 할 일은 자녀가 자상하게 보살피고 그 자녀들이 다시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엄격한 아버지 모형'은 아버지가 가정의 우두머리라는 믿음에 따라 '아버지'가 세계관에 중심에 서 있고 개인의 책임과 사익을 추구하며 아이는 어른이 되어 규율을 잘 지켜 부유해지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둘 중 하나가 됩니다. 그전까지는 부모의 개입이 필수입니다. 이에 반해 '자상한 부모 유형' 은 '공동체', '협력'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엄격한 아버지'와 다르게 성별 중립적입니다. 이를 국가기관에 대입해서 생각해본다면 왜 진보 측에서 사회복지정책에 초점을 두는지, 그리고 보수가 왜 시장의 기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두는지 대략적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예를 들어 엄격한 아버지 프레임에서 보았을 때, 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선한 사람들, 즉 자신들의 충분한 절제력과 도덕적 역량 덕택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것입니다. 즉 세금을 깎아주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볼 때 세금은 성공한 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수주의 정치운동가인 그로버 노퀴스트는 세금을 보고 "야수를 굶기는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볼 때는 그들이 하는 것들이 도덕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프레임을 미디어를 통해 퍼뜨리는 일련의 전략을 그들은 꽤 오랜 시간 해왔습니다.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은 그들의 프레임에서 사용되는 언어, 앞서 언급한 "세금은 부담"이다라는 말을 다시 사용, 언급함으로써 그 프레임을 대중들의 머릿속에 고착화시켜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 "공적인 부분이 뒷밤췰 때, 사적인 이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알려지려야 알려질 수가 없었고 결국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대로 상황은 변해만 져 갔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은 생각보다 우리 머리 속에 당연시될 때까지 계속적으로, 그리고 암묵적으로 교육되어 왔습니다. 특히 이를 대중들이나 진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이른바 '미끄러운 비탈 계획'을 통해 우리를 세뇌시켜왔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은 '미끄러운 비탈 계획'에 아주 능합니다.
'학교 평가 법안'을 봅시다. 평가(시험)라는 프레임이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에게까지 적용되면, 학교는 학생이 시험에 떨어져 그 벌로 용돈이 깎이듯, 평가에서 탈락한 대가로 예산이 깎일 수 있습니다. 자금 지원이 줄어들면 학교는 전보다 더 발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는 악순환을 불러와서 궁극적으로는 많은 공립학교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공립학교가 사라진 자리에는 사립학교를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가 들어서게 됩니다. 부자들은 과거에 공립학교를 지원하는데 쓰였던 세금의 보조를 받아가면서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됩니다. 한 편 빈민들은 좋은 학교에 다닐 돈이 없습니다. '자격을 갖춘 부자'의 좋은 학교와 '자격이 없는 빈자'들의 열악한 학교라는 양극환 교육 체제가 양산될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 너무 비약적인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레이코프는 이러한 우리의 시각 역시 프레임 기반의 교육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체계 내에서 유기적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치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직접적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유기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를 태우고 석유를 더 많이 시추했을 때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이는 지구의 대기는 더 더워지고 이로 인해 바다에서는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될 것이며 나아가 어떤 지역에는 더 큰 폭풍이, 어떤 지역에서는 더 큰 가뭄과 산불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유기적인 관계의 프레임 없이는 우리는 지구 온난화도, 우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절대로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위에 언급되었던 학교 바우처 제도뿐만 아니라, 낙태 문제가 가지고 올 보수적 아버지 개념의 붕괴 등에 대해 유기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보수가 말하는 프레임에 대해서도 역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프레임에 대해서 재구성 없이는, 보수 측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나아가 진보 측이 원하는 결론을 낼 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프레임 기반의 논쟁에서 대응하기 위한 네 가지 지침을 제시합니다.
1. 상대를 존중하라
2. 프레임에 그대로 반응하지 말되, 이를 재구성해서 대응하라.
3. 공감할 수 있는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4.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
책의 저자가 민주당을 위해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지극히 편향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넘어 이 책은 우리가 기존의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의미 없는 말싸움을 하고 관계가 최악으로 치닿되기 전에, 한 번 가족이 어떠한 프레임에 말려들어 주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 역시 현실과 괴리되어 잘못된 프레임에 속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길지 않으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