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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May 12. 2024

08. 매일 자동차 쇼핑하는 우리 아들

시간은 알아차릴 새도 없이 흘러간다. 아이가 생기기 전을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는 통제된 계획 아래 살고자 매 순간 노력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계획은 정말 “행복하게 살자” 정도의 큰 틀로써 계획이 있을 뿐,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살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나고 보니 별 일 없이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뒤늦게 느껴지는 삶을 살고 있다


매일 나의 아침은 내가 먼저 눈을 뜨거나, 또는 아이가 나를 깨우면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잠깐 나의 시간이다. 명상을 하면서 놓쳤던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틈이 최근 기술 트렌드와 글 등을 읽으면서도 업에 대한 전문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다. 지금 쓰는 글 역시 주로 이 시간에 쓰는 편이다.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돌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고민을 해본 기억이 없다. 돌까지 우선 건강하게 크는 것이 제일 중요했고 그 이상 생각하기에는 사는 게 너무나도 삶이 치열헀기 때문이다. 아내는 새로 다니게 된 직장에 적응이 가장 중요했고 나는 주한이를 잘 등원시키는 것만 집중하였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달리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누르면 노래가 나오거나, 거대한 모형이 접혀 나오는 책부터 시작해서 롤러코스터, 모형 주차장 형태의 블록 등 아내라면 좋아하지 않을, 하지만 아이에게는 신기할법한 다양한 물건을 계속 사 왔다. 생각해 보면 폰을 통해서 의견을 물어본 것 같기는 한데, 매번 나는 정말 이상한 게 아니면 사라고 말했던 것 같고,  매번 정말 새로운 물건을 아내는 나에게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물건은 당근을 이용해서 거래되었다. 아이의 장난감은 가격대가 워낙 넓어서 비싼 것은 20만 원에 육박하는지라 새것을 사기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꾸준히, 그리고 많이 물건 거래를 이어나갔다. 상대적으로 우리 부부가 사는 빈도에 비해서는 말이다. 보통 출퇴근길에 아내는 직접 물건을 구매해서 가지고 왔다. 물론 내 이동경로에 있는 거래라면 나에게 부탁하기 하였다. 그 래서 한 번은아내의 요청으로 저녁 9시도 넘은 시간에 언덕 끝에 있는 아파트에 가서 무게가 3kg나 되는 원목 장난감을 왕복 한 시간을 걸어서 다녀온 적도 있었다.


점차 우리 집 거실은 아이의 장난감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종종 아이를 키우는 다른 집의 거실 사진을 보면서 저 많은 장난감이 언제 집에 쌓이나 생각했는데 정말 순식간이었다. 우리 집은 그렇게 아이를 위한 집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나중에는 장난감을 둘 공간이 없어서 나눔을 하기도 하였고 몇몇 장난감은 지하 창고에 쌓아놓기도 하였다. 물론 어린이집에 비하면 장난감이 꽤나 적은 편이었지만 말이다. 이게 이상하게 가끔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적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 우리 집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이 있었다. 아이는 선택만 하면 되었다. 많은 장난감 중 아이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자동차였다. 아직 잘 걷지 못하던 때부터 아이는 한 손에 자동차를 잡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놀았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지긋이 지켜보기만 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움직임이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자동차를 손으로 밀면서 앞으로 이동할 줄도 안다. 물론 여전히 내 눈에는 바닥에 누운 채로 팔만 휘저어가면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 흡사 자동차 와이퍼와 같은 느낌의 움직임이었지만 말이다.


양가 어르신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남자라서 차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연신 웃으면서 귀여워해주셨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차를 유달리 저렇게 좋아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왜 차를 좋아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차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정교하게 기계들이 맞물려 움직인다는 측면에서는 차가 좋았지만, 뭐랄까 너무 비싸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앞선 것도 있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내 아이라서 그런지 나도 그 모습이 많이 귀여웠다. 자동차를 앞뒤로 움직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씩 웃어줬기 때문이다. 감정표현에 낯설기도 했고, 휴직 전에 요 로모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일과 사람에 치였던 나에게 그 굉장히 순수한 웃음은 인상적이었나 보다.


잠깐 아이를 위해서 보다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RC카를 사려고도 했지만, 이는 나를 위해서 사려는 내 안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장난감에 충실하기로 말이다. 사실, 아내의 허락도 신경 쓰였지만 육아휴직으로 급여가 급히 줄어든 상황에서 RC카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도 사실 고민이 되었다.


여하튼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항상 아이의 옆에 누워서 같은 눈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주고 자동차를 놀아주곤 했다. 아이와 놀다 보니, 나는 재롱을 떨거나, 애교가 많은 성격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위해서 헌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운 것 같았다.


아이의 자동차 사랑이 시작되면서, 나 역시 나 자신을 조금씩 더 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다양한 자동차를 만지기 시작하였고, 다양한 형태로 다루기 시작하였다.


처음 아이가 좋아한 자동차는 나무로 제작된 자동차였다. 아이를 위한 목재 조립세트에 포함되어 있던 자동차였다. 아이는 힘을 줘서 자동차를 밀어서 매트 바깥으로 내보내려고 시도하였다. 정확하게는 앉아있는 채로, 바퀴의 힘을 빌어 차가 이동할 때까지 손을 떨어뜨리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가 대근육을 사용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를 인지하였다.


매트로 떨어지는 자동차는 바닥에 부딪히며 종종 크게 소리를 내곤 했다. 혹시 이런 소리가 층간 소음으로 느껴질까 내내 걱정이었지만 옆집 할머님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우리를 배려해 주셨고, 아랫집 부부는 우리와 비슷한 시점의 아이를 키우는 중이셔서 그런지 별다른 말씀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처음으로 나중에 1층으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었다.


다음에는 운전자를 누르면 앞으로 나가는 자동차였다. 아이는 자신의 손을 떠나서 멀리 가는 자동차를 굉장히 신기해하였다. 더 놀라운 건, 며칠 지나지 않아, 비슷한 유형의  자동차의 개수가 몇 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내가 사 온 것이었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느낀 것인지 그 자동차만 가지고 한동안 열심히 놀았다.


동시에 아빠로서 나 역시 아이를 위해서 자동차를 빠르게 이동시키면서 드리프트를 해주는 등, 아이가 보면 좋아할 만한 행동을 계속해주었다. 역시 아빠는 육체적 힘을 쓸 때, 아내와 다르게 놀아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마다 아이는 깔깔깔 크게 웃곤 하였다.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지 신기할 정도로 순수한 웃음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하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욱더 과격하게 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 까닭이었다.



최근에는 아이의 장난감은 자동차를 넘어 스티커로 넘어갔다. 집의 벽 곳곳에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하였다. 벽에 뭔가를 붙이거나 못 박는 것을 싫어하는 나이이기에 벽에 붙이는 것은 스피너 정도만 괜찮았는데 보면서 마음이 살짝 불안했던 것은 덤이다. 물론 스티커가 바닥을 한창 구른 탓에, 접착력이 낮아서 쉽게 떨어져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아이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전방으로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바깥에 나가면 모든 자동차를 보며 소리치기 시작한다.  모든 자동차를 구분한다기보다는 뭐랄까 바퀴가 있고 움직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선, 아이가 자동차를 위해 뛰어간다. 자동차에 부딪히면 다친다라는 인과관계를 아이가 알 턱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순전히 호기심을 가지고 자동차를 가지고 뛰어가는 것이다.


차종을 가리지 않았다. 작은 오토바이부터 시작해서 승용차와 같은 일반적인 차는 가릴 것 없이 달려든다. 특히 유모차에 앉아있다가도 거대한 트럭을 보면 유모차 바깥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기도 하고 유모차 바깥에 있으면 차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려 하는 탓에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 철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말 눈을 뗄 수 없다.


그래도 불과 몇 달 사이에 급성장해서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을 위해서 뛰어다니거나 조작을 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뿌듯하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마저도 놀라운 성장의 결과이기도 하고 말이다. 내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보려고 생각해 보려고 애써보니, 놀라운 성장세가 눈에 보인다.


그리고 아이를 보면서 내 어린 시절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 나는 책을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다. 집에 부침이 많았던 탓에 집에서 꾸준히 사 줄 수 있는 것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책은 여전히 광징히 많이 읽게 되었고, 여전히 책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나 역시 아빠로서, 아이에게도 이렇게 섭섭하지 않게 지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선물의 규모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점점 커지고 개수가 많아져야겠지만, 우선은 오늘은 오늘만 신경 쓰려고 한다. 확신에 찬 책임을 갖기에는 아직 내가 숨이 차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면 좋겠지만, 아빠는 기다려줘야 하는 사람이니 기다려보련다. 그게 더 기대감과 뿌듯함을 심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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