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지만 재미가 없는 너에게"를 읽고
러너, 달리는 사람, 이건 나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달리기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은 늘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동기부여를 가져다준다.
"열심히 사는데 재미가 없는 너에게"는 나의 갱런 10기 동기인 박미애 님이 쓴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애 님이 이 정도로 대단하신 분인지 몰랐다. 무려 537km를 달려서 대한민국을 종단한 울트라 마라토너가 바로 박미애 님이다. 내가 이렇게 대단한 러너와 함께 러닝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빡쎈 대회는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산길을 100km씩 달리는 대회들이었다. 갱런10기의 다른 동기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모르고 살았을 대회다. 그리고 그런 대회에 참가해서 완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내 지인들은 내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데 놀라워 하지만 인생도처유상수라고 어딜 가나 나보다 고수는 널리고 널렸다. 박미애 님이 쓰신 이 책은 자신의 완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라는 게 더 놀라웠다. 달리기를 하면서 느꼈던 본인의 감정을 통해 우리가 지나쳤던 인생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400m 트랙을 시작으로 537km라는 거리를 완주할 때까지 마주했던 자신의 한계와 그 한계를 넘어섰던 과정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같은 러너이기 때문에 더 깊이 와닿았다.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그려 나가는 사람만이 더 건강하고 더 매력적인 사람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본문 p.67-
537km를 완주했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단, 5km라도 그 거리를 채우기 위해 숨을 헐떡여본 사람이라면 치열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라는 운동이 매력적인 이유는 가장 직관적이고 쉬운 방법으로 꾸준함의 힘을 알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마라톤 대회 출발 전 대학교 100m 선수가 나에게 테이핑을 해주면서 이렇게 물었다.
"42km를 어떻게 뛰세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100m 30초에 뛰는 거 하실 수 있죠? 그거 400번 하면 됩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훈련해도 40이 넘은 나이에 100m를 15초 내에 달릴 자신은 없다. 하지만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면 100m를 30초에 달리는 행위 422번은 연속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할 수 있음, 내가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인생의 즐거움이 아닐까?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보다 생존을 위해 애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게 자연의 섭리이다. 어쩌면 행복과 재미는 자신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 아닐까?
애덤 그랜트는 "성공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정량적 성공과 정량적 목표만 허둥지둥 쫓아가다 보면 삶이 너무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다.
내가 달성할 수 있는 숫자보다 더 높은 숫자는 얼마든지 존재하니까. 내가 아무리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도 537km를 완주하는 박미애 님이 있는 것처럼.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가치를 향해 묵묵히 걷다 보면 발밑에 떨어진 재미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