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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란다

생후 3주 간 NICU에서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by 파파봉봉

24년 2월 23일 오전 10시 31분 우리 아이는 1.99kg의 체중으로 태어났습니다.

33주 6일 동안 엄마의 품 속에서 보호를 받고 자라던 아이가 이제 당당하게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입니다. 임신 34주 만에 세상에 나온 우리 아이는 작고 연약했지만, 그 작은 몸 안에 담긴 생명력만큼은 무한히 강했습니다. 엄마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서 보통의 아이들보다 작았지만 그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으로 태어났습니다.


처음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자초지종을 듣지 못하고 아이가 자가 호흡이 힘든 상황이라 NICU(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는 설명만 들었을 때 덜컥 겁이 났고 수술방에 들어간 산모의 상태도 확인할 수 없어서 혼자서 억겁의 시간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어딜 가도 아이와 산모가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들을 길이 없어서 혼자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1시간 정도 지나고 아내가 무사히 회복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이가 있는 중환자실에 가서 아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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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고 폐가 아직 힘이 약해서 자가 호흡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계면활성제 성분의 약이 투여돼서 거품이 생긴다는 설명을 듣고 아이를 보고 있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습니다. 울고 있는 아빠를 위로하듯 제 손가락을 꼬옥 잡아주는 아이의 체온은 그 어떤 의사의 설명보다 믿음이 갔습니다. 아마 딸은 저에게 "아빠 나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 주었던 게 아닐까요?


우리 아이는 NICU에서 23일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를 관찰하는 일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하고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너무도 따뜻하고 친절했습니다. 조그마한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우리 아이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세심하게 돌봐주었습니다. 매일 의료진들이 전해주는 우리 아이의 건강 상태와 작은 변화들을 들으며 우리는 조금씩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NICU로 향하는 발걸음을 떼며 설렘과 긴장을 반복했습니다. 아이를 만나러 갈 때마다 아이의 힘찬 숨결이 우리에게 스며들었고 아이의 숨결은 우리의 걱정을 녹여 주었습니다.


NICU 병동 안에서 제일 기특한 아이는 잘 먹고 잘 자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잘 먹는 아이로 소문이 났었습니다. 10ml도 힘에 부쳐 먹지 못했던 아이는 일주일 만에 30ml씩 먹기 시작했고 2주가 지났을 때는 의사 선생님이 처방보다 많은 양을 먹어서 간호사 선생님들을 곤란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갈 때마다 아이의 몸에 붙었던 의료기기들이 점점 줄어들었고 마침내 아이는 아무런 보조 장비 없이 혼자 숨 쉬고 젖을 빠는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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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힘으로 숨쉬기도 어려웠던 우리 아이는 강한 숨을 내쉬게 되었고 젖병을 빨 힘이 부족해서 콧줄로 영양을 섭취하던 우리 아이는 엄마가 아프도록 젖을 빠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무사히 신생아 중환자실을 졸업했고, 드디어 우리 세 가족이 한 군데 모여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우리 아이를 보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울고, 함께 웃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아이의 건강을 빌고 기도하며, 부부로서의 유대감도 더욱 깊어졌습니다. 작은 손가락 하나에도, 조그마한 발끝 하나에도 우리의 온 마음을 담아 사랑을 쏟았습니다. 그 사랑이 전달된 듯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하게 자라났고, 그 모습에 우리는 감동과 희망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작은 기적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날마다 건강하게 자라나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더욱 단단하고 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걸어 나갈 이 길 위에서 맞이할 모든 순간들을 감사히 여길 것입니다. 이 작은 기적을 경험하게 해 준 우리 아이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있어서 엄마 아빠는 더 강해졌고, 네 덕분에 우리는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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