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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 Dec 21. 2018

너보다 괜찮은

연애편지 #14


너보다 괜찮은 남자가 많아.

너보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너보다 몸도 좋고 옷도 잘 입고

차도 있고 돈도 잘 벌고,

좋은 학교 나와서 번듯한 직장 다니는

그런 남자.


생각도 깊고 예의 바르고

진지한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미래를 기대해 볼 수도 있지.

누가 봐도 괜찮은 남자와

연애를 하면 좋을 것 같아.


근데

그 어떤 남자와 비교해 봐도

네가 나은 건 없는데

넌 누가 봐도 괜찮은 남자가 아닌데

왜 내게는 그렇게 너뿐일까.



이태원 식당에서 먹은 크림 파스타보다

근본없는 토마토 스파게티 라던가

유명한 한정식 집의 전복 미역국보다

내 생일날 니가 끓여준 밍밍한 미역국이 먹고싶어.


좋은 포장지에 싸여진 비싼 향수 선물보다

손 튼다고 네가 발라준 핸드크림 냄새가 더 좋았어.

한강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는 못해도

지하철에서 손잡고 같이 봤던 야경이 더 기억나.


낡은 점퍼에 안에는 늘어진 티셔츠

내가 골라준 만원짜리 목도리를 두르고

집앞 마트에서 싸구려 딸기를 사서

부스스한 머리와 빨개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문을 두드리던


니가 웃는 모습

니가 짓는 표정

너의 말투, 너의 말들

그런 게 내 이상형이 되어버렸어


어떤 사람을 만나도 너보다 나은 걸 아는데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자꾸 너랑 비교하게 돼.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가 없어

너 말고는.



_



/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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