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15
나 추위를 많이 타잖아.
그래서 겨울마다 더운 나라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
한국의 지독한 겨울을 보낼때마다
내년 겨울에는 꼭 인도나 태국에서 살아야지,
그렇게 다짐하는데
왜인지 이맘때면 떠나질 못하더라.
올해 겨울도 그래, 또 여기 이러고 있어.
겨울은 추운게 맞아,
추위를 겪고나야만 봄이 소중하게 느껴지겠지.
그래도 조금만 덜 추우면 안되는 걸까
여름의 더위가 조금만 겨울로 전해져도 될텐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미치도록 더웠는데
이렇게 추운 건 너무하다 싶잖아.
뭐든 적당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워.
너무 춥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겨울이 좋은 것들도 있으니까
부드러운 목도리라던가 따뜻한 밀크티라던가
눈도 내리고, 크리스마스도 좋고, 새해도 오잖아
그러면 겨울마다 도망가고 싶지 않을거야.
너무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적당한 온도로 말야
그러면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고
어디로 떠나고 싶지도 않을거야
그러면 계속 너를 사랑할 수 있을거야.
그러면 몇번의 겨울이 오더라도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살 수 있을텐데
이 마음 그대로 너와 함께 할 수 있을텐데
지난 겨울에 네가 없어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설명하려면
아니, 지지난 겨울에도 그 전 겨울에도 늘
얼마나 네가 보고싶었는지 전부 다 말하려면
그러려면 겨울 내내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그러니 이번 겨울은 같이 있어줄래,
너무 춥지 않게, 내가 떠나고 싶지 않게
곁에 있어줘 이번 겨울엔.
/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