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16
오늘은 행복한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오늘이 가장 불행한 날이었어,
잠이 안 오고 힘든 새벽이 오길래
김완선의 노래를 틀어놓고 혼자 춤을 췄거든
아무도 모르는 눈물을 흘리면서 파랗게 웃는 건 삐에로, 술 마시고 춤추며 웃지만 진실을 잊고 사는 건 사람들.
나는 어느 쪽일까,
어떤 남자가 있었어.
견디기 힘들어 헤어진 연인을 찾아갔지만
그 여자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대
그래서 나를 찾아와서 말했어
자기 좀 안아주면 안 되겠냐고
나는 그때 그 말이
나 좀 살려달라는 말인 줄 몰라서
그 남자를 안아주지 못했어,
그런 걸 받아들이는 것은 내게도 큰 모험이니까.
사실 내게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너에게 나 좀 안아달라고 하고 싶었어
그걸로 해결될 수 없고
너도 나를 구해줄 수 없다는 걸 아는데도 말야
그래도 안아달라고 하고 싶었어.
그 때 내게 안아달라고 했던 그 남자는 정말 큰 용기를 낸 거였어. 난 그걸 거절했던 대가로 혼자 버티고 있는지도 몰라
힘들다는 말은 털어놓기가 참 힘들지,
사람들은 슬픈 이야기는 듣기 싫어하고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해지고 싶어해
그래서 가끔 나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곤 해
따뜻한 이불을 둘둘 감고 내 손을 꼭 마주 잡거나
비타민제를 세알 먹고 감기를 버티거나
카페에 가서 조용히 글을 쓰곤 해.
이게 내가 울지 않고 웃는 방법이야,
우는 대신에 글을 쓰고, 웃는 대신에 일을 하며
해결도 해답도 없는 모두가 겪는 우울
일상의 무료함이 가져오는 흔한 상태일 뿐이니까
그 여자는 펑펑 울면서 그 남자 앞에서 빌었대
너무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래서 그 남자는 어떻게 했을까?
아직 아무에게나 안겨도 상관없는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해.
감기가 나으면 그 때 웃으면서 너를 안아볼게.
나 때문에 네가 더 아픈 건 원하지 않으니까.
아프지 않기는 어려울 테니까
각자 아픔을 견딜 방법을 찾아보자.
그럴 필요가 있다면 말야.
/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