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13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
지독하게 아픈 감기도 결국 낫고
아무리 더운 여름도 아무리 추운 겨울도 결국 지나가,
견디는 게 어렵지만 괜찮아질거라고 되내이는 동안
시간이 흘러, 어떻게든 시간은 계속 가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아질거라고, 나아질 거라고
제발 그러길 바라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야.
우리 집 고양이가 죽었을 때 너무 많이 울었었어.
며칠동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죽은 듯이 잠만 잤었어,
생각을 하는 게 너무 괴로워서
차라리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절대로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슬픔이었는데
어느새 일년,
나는 그럭저럭 괜찮아졌어.
이젠 고양이가 없는 집이 익숙해졌고
혼자인 게 편하고
더이상 고양이를 봐도 슬프지 않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슬픔도
살아있는 게 원망스러운 고통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그리움도
결국은 다 나아져, 그렇더라.
뭐든 그래. 시간은 가잖아.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이 가잖아.
그것밖에는 기댈 것이 없었지만
그것때문에 살 수 있었어
언제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모를만큼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견디고 버티며
그렇게 시간속에서 앞만 보며 달렸어,
지난 시간은 되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그렇게 나는 내가 변했다고 생각했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변하게 했고
끔찍했던 기억마저 추억이라고 생각하게 될만큼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믿었어.
그러니 이제 더이상
그때의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너를 사랑하는 나는 없다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나는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인정하기 싫었던 걸지도 몰라
그걸 인정하면, 그걸 알아버리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위안을
더이상 할 수 없을 테니까.
지금도 시간이 흘러,
지금도 나는 그대로야.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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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