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11
그 이후로 나는 말야,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했어.
거짓말로 대답해야 했던 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보려고도 했어. 그거 되게 어려운 거더라.
거짓으로 사랑을 받는 것도 거짓으로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도 모두에게 상처뿐인 거잖아. 상처받는 것도 상처주는 것도 싫어.
사랑한다는 희귀하고 아름다운 그 말을
낭비할 자격이 내게는 없어.
근데 나
요즘 말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어떡하지.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다시 사랑이 하고 싶어졌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에게조차 솔직했던 나는 어디로 가고 나는 아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어.
사랑이 전부이던 내가 없어진 채로 이렇게 시간만 흐르는데 이쯤되니 뭐 어떤가 싶어,
사는 게 너무 지루해.
사랑이 없다고 죽진 않겠지만 행복하지가 않아.
그냥 사는 거 말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못하겠어. 자신이 없어.
무서운 걸. 너의 그 3초동안의 망설임과 거짓 사랑고백 따위 두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비참하잖아.
기껏 사랑한다는 아름다운 말을 하고 초라해지고 싶지 않아. 어차피 사랑한다는 말을 하든 안하든 사람의 감정은 그대로인걸.
입밖에 내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거잖아.
너 때문이야. 그때 나한테 차라리 미안해라고 하지 그랬어. 아니면 헤어질 때 사랑한다고 하지 말던가.
아니면 조금 더 일찍 날 사랑하지 그랬어.
이제와서 내게 찾아오거나 보고 싶었다고, 그리웠다고 하는 그런 못된 짓 안했으면 좋겠어.
다시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 그런 말 안하게 해줘.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게 해줘.
/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