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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 Dec 08. 2018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게 해줘 1

연애편지 #10


사랑해,라고 처음 말했던 거 기억나?

너는 나를 3초정도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대답했어.

나도,라고.


그건 내가 원한 대답이 아니었어.

그건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야.

나도 너를 사랑해가 아니잖아.


그저 너는 내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내가 사랑한다고 먼저 말했기 때문에

너는 내게 대답을 해줘야 했고

나와 싸우지 않으려고, 나를 울게 하지 않으려고 대답했을 뿐이야.


거짓말이었어. 하지만 진심이기도 했어.

사랑하지 않는다는 진심을 숨기는 사랑한다는 말.


나는 그걸 알았기 때문에 그 이후엔 한번도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의 관계가 아무런 싸움도 투정도 없이 일년 넘게 계속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의 마음이 더이상 애틋하지도 깊어지지도 않은 채로, 그렇게 시간만 흘렀어,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근데 있잖아,

왜 헤어지는 날 내게 사랑한다고 말한거야?


우리가 헤어지기로 한 날, 이제 연인이 아니게 되는 날,어느 때보다 힘껏 나를 꼭 안고는

사랑해. 라고 말했는데 그건 진심이었잖아.

그게 뭐야,헤어지자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사랑한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못되고 잔인했어.


이제부터 내게 마음껏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리는 헤어져야만 했잖아. 더 이상 널 만날 수 없게 되었는데 네가 나를 사랑한다니, 나는 더이상 널 사랑할 수 없는데.


그래서 나도 그때 대답했어.

나도,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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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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