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현 Dec 17. 2018

하늘 색

연애편지 #9

넌 하늘이 무슨 색이라고 생각해?


그 날 걷다가 네가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면서 말했어.

하늘 참 예쁘네.


나도 고개를 들어 위를 봤는데

무척 흐리고 구질구질한 날씨였잖아.

왜 그 하늘이 예쁘다고 그랬을까.

응 그러네, 라고 대답할 수도 있었는데

그냥 아무 말도 안했어.

나는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라.


어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노을을 봤어.

하늘 참 슬프네,라고 중얼거렸지.

아름답고 예쁜 노을이었어.

모든 색이 담긴 하늘이 거기 있었는데

모든 색에 니 얼굴이 떠올라서,

그게 갑자기 너무 슬퍼지더라.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카톡창을 열었는데

보고싶어,라고 썼다가

하늘이 참 예쁘지? 라고 썼다가

좋아해.

라고 썼다가

지우고

뭐해? 라고 썼어.


보고싶다는 마음이 참 그래.

누굴 보고싶어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겁부터 나는 것 같아.

하늘이 파란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라서

하늘색이 된 것처럼 말야.


하늘은 참 비겁해.

파란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면서

가끔 짜증나게 예쁘고 아름다워.

그러다가 시간이 차면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뒤덮여서

언제 파란색이었는지도 모르게 물들어버리잖아

지독하게 흐린 회색이 되기도 하고 말야.

더 짜증나는 건 어떤 색이어도 사람 마음에 들어온다는 거지.


넌 지금 하늘이 어떤 색으로 보여?


_


/봉현




이전 08화 파도와 나무는 함께 할 수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