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8
슬픈 생각이 들어서 바다를 봤었어.
슬픔이 파도와 같이 넘실넘실 흘러가더라.
근데 바다는 파도를 밀어서 슬픔을 계속 감추느라 애를 쓰잖아.
파도는 늘 사라져, 바닥을 보이지 않으려 계속 밀고 당기느라.
그게 위로가 되면서도 참 안쓰러웠어.
너 같아서.
나쁜 생각이 들때면 산을 떠올려.
산에서 본 나무들은 서 있을 때도 넘어졌을 때도
폭염도 폭풍도 탓하지 않고
조용히 상처투성이인 그대로 살고 있었어.
누가 자신을 아프게 하든 죽이려 하든
나무는 결국 나무인 채로 살아.
나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나를 바위에 내려치는 것과 같은 행동이잖아.
나는 계란이 아니라 바위가 되고 싶어.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단단한 바위.
바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다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돌에게.
굴러다니는 돌은 바위가 미련해보일 거야.
돌은 자유롭고 신나게 구르고 구를거야.
세상이 즐겁고 재미나겠지.
그러다 결국 작아지고 닳아버릴거야.
그때서야 돌은 바위가 부러울거야.
모래가 되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만 깨닫겠지.
바위가 침묵하는 그 이유를.
너는 아직 돌이고
나는 바위가 되었어.
나도 파도와 돌처럼 살때가 있었는데
나무가 되는 꿈을 많이 꿨었어.
지금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아.
이젠 두 다리를 땅에 뿌리내리고
한 방향의 하늘만 오래 바라보는 법을 배웠거든.
결국 나는 나무나 바위가 되고 싶었던거야.
너는 파도고
나는 결국 나무.
그래서 나쁜 생각을 하지 않아.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해.
최선을 다해 나무가 되고
최선을 다해 멈출거야.
흐르는 바위는 없고
나무를 사랑하지 않는 산은 없거든.
파도와 나무는 함께 행복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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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