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7
어젯밤엔 무슨 이야기를 세시간 넘게 했던 걸까,
드라마에서 본 충격적인 전개
새로 끓여둔 보리차의 온도
친구의 생일 선물은 뭘 살지
저녁에 먹었던 백반집의 반찬 가짓수
별로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결국 하려는 마지막 말은 잘 자라는 인사,
전화를 끊고도 한참 눈을 감고
전화기를 손에 꼭 쥐고
너를 생각했어
내가 좋아하는 너의 목소리
포근하고 진한 향수같아,
여름보다는 겨울 밤에 더 잘 어울려.
예전에 자주 듣던 성시경 라디오에서
잘자요,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었는데
네가 내게 해주는 잘자 라는 말이
내 하루의 끝이야.
정해진 하루의 끝은 밤 12시고
23시 59분을 기점으로 하루가 바뀌지만
나의 하루는 너의 목소리로 끝이 나.
오후 열시든 새벽 두시든
너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잠들 수 있어.
각자의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만 하고
내려놓을 수 없는 책임을 어깨에 지고서
웃을 일보다 견뎌야 하는 것이 더 많은 날들,
그 하루의 끝에 네가 내게 전해주는
그 흔한 수고했다는 너의 그 말이
또 다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돼.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더라도
매일 밤마다 네 목소리를 내게 들려 줘,
지친 나의 하루를 끝낼 수 있도록.
그렇게 나는 네 목소리에 잠이 들고
새롭게 일어나 또 하루를 잘 살아볼게.
네 하루의 시작을 위한 잘 잤냐는 인사를
사랑한다는 말을 건낼 수 있도록.
/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