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9
넌 하늘이 무슨 색이라고 생각해?
그 날 걷다가 네가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면서 말했어.
하늘 참 예쁘네.
나도 고개를 들어 위를 봤는데
무척 흐리고 구질구질한 날씨였잖아.
왜 그 하늘이 예쁘다고 그랬을까.
응 그러네, 라고 대답할 수도 있었는데
그냥 아무 말도 안했어.
나는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라.
어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노을을 봤어.
하늘 참 슬프네,라고 중얼거렸지.
아름답고 예쁜 노을이었어.
모든 색이 담긴 하늘이 거기 있었는데
모든 색에 니 얼굴이 떠올라서,
그게 갑자기 너무 슬퍼지더라.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카톡창을 열었는데
보고싶어,라고 썼다가
하늘이 참 예쁘지? 라고 썼다가
좋아해.
라고 썼다가
지우고
뭐해? 라고 썼어.
보고싶다는 마음이 참 그래.
누굴 보고싶어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겁부터 나는 것 같아.
하늘이 파란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라서
하늘색이 된 것처럼 말야.
하늘은 참 비겁해.
파란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면서
가끔 짜증나게 예쁘고 아름다워.
그러다가 시간이 차면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뒤덮여서
언제 파란색이었는지도 모르게 물들어버리잖아
지독하게 흐린 회색이 되기도 하고 말야.
더 짜증나는 건 어떤 색이어도 사람 마음에 들어온다는 거지.
넌 지금 하늘이 어떤 색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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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