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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 Apr 12. 2019

햄버거를 원하는 건

몸이냐 정신이냐

어제는 오랜만에 운동을 갔다. 2주 만이었다. 그간 엄마가 와 계셔서..라는 것은 핑계였고 하기 싫었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서른이 넘어서야 제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이십 대 때는 기본 체력이 꽤 좋았던 터라, 이삼일 밤을 새워서 작업을 해도 괜찮았는데 어느 때부터는 노느라 하루만 밤을 새워도 이삼일 쓰러져 있었다. 삼십 대는 다르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직접 느껴보니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수영이었다. 이전에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만 줄창 뛴 적은 있었지만 근력운동은 할 줄 몰랐고, 운동이라는 것은 내게 살을 빼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었다. 꾸준히 하기 위해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수영을 시작한 게 4년 전. 요즘이야 수영 많이들 하지만 당시에는 수영한다 그러면 되게 특이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주위에 아무도 수영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수영이 얼마나 좋은 운동이고 즐거운지를 주위에 알리기 바빴다.

수영에 대해서는 너무 할 말이 많기에 다음에 이야기하고, 하여튼. 수영을 2년 가까이 너무 열심히 했던 나는 당시 생애 최고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했고 처음으로 등 근육이 드러났다. 십 년 넘게 가지고 있던 어깨 쪽 근육통도 사라졌으며 그때 피부는 광이 날 만큼 좋았다. 수영이란 게 정말, 정말 너무 좋은데, 아 그러니까 수영이 좋은 이야기는 다음에 천천히 하고.. 그러니까 어쨌든 수영을 2년 동안 아주 열심히 했더니 물 공포증이 있었던 내가 접영까지 착착하고 바다수영도 너무 잘 하고, 그렇게 되면서 슬슬 수영을 다니지 않게 되었다. 사실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닌데도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니 뭐랄까, 재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다시 운동을 하지 않게 됐지만 이미 체력이 꽤 많이 올라간 터라 한동안 무척 건강하게 살았다. 특히 여행을 가면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미국에서 같이 다녔던 외국인 친구가 (그 친구는 키가 190이 넘는 큰 덩치) 나보고 안 힘드냐고, 체력이 왜 이렇게 좋냐며 물었던 적이 있다. 그건 여행에만 한정되어 나오는 체력이긴 하지만, 하루에 열몇 시간을 돌아다녀도 다음 날 또 십오 킬로 배낭을 메고 뛰어다니곤 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면 며칠을 시체처럼 쓰러져 있곤 했다. 잠을 자도 자도 피곤해서 그냥 피로가 쌓였다고 하기에는 정말 생존의 에너지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멍하니 살았다. 그런 날들이 자주 있었고, 어느새 꾸준한 운동을 안 한 지 근 1년이 넘었더니 몸 상태가 다시 엉망이 되었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아침 해 뜨기 전에 일어나는 생활을 한 지 오늘이 11일째인데, 열흘간 정신 상태가 무척 좋았다. 운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사는 것만으로 컨디션이 달랐다. 이렇다 할 고민도 스트레스도 없었다. 그냥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꽉 찼기 때문에. 그러던 중 어제, 여러모로 바쁘고 피곤한 하루였고, 기분 나쁜 일이 하나 있어서 좀 불편한 상태로 잠을 잤다. 그랬더니 오늘 눈을 떴는데 몸 상태가 너무 별로인 것이다. 그래도 억지로 다섯시 반에 일어나 여느 때처럼 하고 있는데, 내내 피곤한 기분이다. 이 피곤함은 어제의 그 기분 나쁜 사건에 대한 정식적 스트레스일까/ 종일 많은 일을 하고 빡센 운동을 한 몸의 피로일까?

자주 생각하지만 정답을 모르겠는 것.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걸까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걸까?

정신이 지배한다의 증거

1. 여행 중엔 신이 나서 체력이 +10000 증가한다

2. 놀 때는 밤을 새워도 에너지가 넘쳐난다

3. 기분이 좋거나 좋은 일이 있으면 컨디션이 무척 좋다.

몸이 지배한다의 증거

1. 감기에 걸리거나 아프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2. 생리 주기 때는 사고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간다.

3. 영양제를 먹고 일어나면 머리가 맑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냐,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몸이냐- 이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와 같은 논리가 아닐까 싶다.

아, 물론 이걸 따질 이유가 없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하는 게 정답이긴 하겠다.

여하튼 이야기가 거창해졌는데, 어제 부산으로 내려가는 엄마를 마중하러 서울역에 갔는데, 생전 좋아하지도 않는 햄버거와 도넛이 무척 당겼다.. 엄마와 같이 맛있는 것들을 너무 먹은 탓인지 살이 찐 게 느껴졌고, 그에 따라 식욕도 커졌다. (역시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건가..?) 힘겹게 햄버거를 참아냈고, 수면 패턴을 규칙적으로 바꿨으니 이젠 식습관을 바꾸자고 생각했다.

어제부터 약 2주일간, 체중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근력을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운동을 하고, 이후엔 생활습관과 몸 상태의 유지까지 통틀어 목표는 약 2-3달. (그 기록도 이곳에 남길 것이다.) 어제 트레이너분께 물어보니 체중을 단기간에 빼려면 공복에 유산소 운동이 좋고, 무엇보다 식단을 정말 빡세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뭐 먹지'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평생 끊임없이 계속되는 그 고민. 평소에는 '뭐 맛있는 거 먹지'지만, 아예 굶을 것이 아니고 신경 써서 챙겨 먹는 식사는 더 어렵다.

<4월 12일>

아침 : 오렌지 한 개를 물만 넣고 간 주스. 커피 반잔.

아침식사 : 현미밥에 루콜라 샐러드와 연어 회 60g + 미나리 무침 + 계란을 입혀 구운 팽이버섯 + 삼치구이 1/3조각..

이렇게 식단 일기를 쓰는데

거참, 어제 먹지 못한 햄버거와 도넛, 녹차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이 계속 생각났다.

이걸 바로 '몸이 음식 당긴다'라고 하던데 과연 그럴까?

머릿속에 남은 '콰트로 치즈와퍼'의 이미지가 맛을 기억하게 만드는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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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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