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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 Apr 12. 2016

시간

늙고 싶지 않다.

1.


요즘의 내 고민은 ‘늙고 싶지 않다’에 가깝다.

몸 상태와 기분이 매일 다르고

피부의 얼룩과 사이사이의 주름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차라리 사라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2


김창완 선생님을 만났다. 나란히 앉아 봄이 찾아온 산을 바라봤다.

산에 핀 꽃나무의 분홍색 노란색이 예뻤다. 

작은 스케치북에 깨작깨작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말하셨다.

네가 기록하는 동안 놓치는 것이 많을 거라고.


고개를 들어 가만히 있어보니

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불어왔다.

그림속에는 소리도 바람도 담을 수 없다.

나는 시간을 멈추고 싶어서

이제껏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기록하고 있는 것이었을까.



3


유치한 동화책은

일찍 던져버릴수록 좋아

그걸 덮고 나서야

세상의 문이 열리니까

아직 읽고 있다면

다 읽을 필요 없어

마지막 줄은 내가 읽어줄게


왕자와 공주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게 다야


선생님, 저는 아직도 동화책을 읽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읽어주신 마지막 줄은 저도 잘 알고 있었는데

제가 주인공인 동화책은 다를 줄 알았나 봐요.


아니면 저도 그냥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런 결말을 원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4.


그래 안다.

시간은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나이를 먹는 것이 좋다라고 늘 말해왔지만

그것은 젊음을 가진자의 오만이었다.

물론 아직도 나는 젊은이지만 그 보다 더 어리고 철없는 때가 있었기에

이제는 모르던 것들을 깨달아가고 있고

내가 틀렸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거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기 위해 스스로를 꾸미지 않는 용기가 필요해졌고

사랑에 냉정해지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사랑받음이 간절해지는

하루 한달 다른 나를 발견하고 있다.

어제까지의 나를 잃어가고 있다.



5.


사실 시간은 동화 속처럼

뒤엉켜 있단다

시간은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가거나

차창 밖 풍경처럼 한결같이

뒤로만 가는 게 아니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멈춰 서있기도 한단다

더 늦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

사랑을 위해서

사랑할 필요는 없어

그저 용감하게

발걸음을 떼기만 하면 돼

네가 머뭇거리면

시간도 멈추지

후회할 때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거야 잊지 마라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해도

그렇게 후회해도

사랑했던 순간이

영원한 보석이라는 것을



시간/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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