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현 Apr 14. 2016

사과와 커피

1.


자고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봤다.뉴스를 보면서 기분이 좋은 적이 있었던가.


2.


오늘은 자전거 페달을 느릿느릿 밟으며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어제는 유난히 길에 사람들이 많았었다. 앞을 보지않고 자전거 도로 한가운데로 걷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나는 이리저리 돌며 죄송합니다 지나갑니다 계속 소리쳐야 했다. 결국 근처를 살피지 않고 방향을 갑자기 틀어오는 두 사람을 피하느라 크게 넘어져 페달이 어긋나고 무릎에 멍이 들었다. 자전거 타다가 넘어진 게 몇년 사이에 몇번 있는데, 본능적으로 손을 감싸며 넘어지는 나를 발견한다. 통장엔 백만원도 없지만 내 손이 내 재산이다.


3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글만 써서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4.


며칠 화장을 진하게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너무 답답했어서 며칠 째 선크림만 바르고 있다. 눈가에 난 뾰루지를 건드려서 빨갛게 부어올랐다. 손대지 않고 아물도록 잘 놔두었는데 조금만 더 참으면 될 것을 괜히. 피부가 깨끗하고 몸이 건강한 상태는 매우 중요한 행복의 요소이다. 단순하게도 이런 것으로 불행이니 행복이니 하는 감정이 오간다.



5


겨우내 어그러진 식습관과 운동 부족을 다시 되돌려야겠다는 각오와 함께,망원시장에서 사과를 샀다. 한 쪽에는 2개에 1000원인 작은 사과가 있었고 그 옆에는 1000원에 한개였다. 아주머니께 아삭아삭하고 단단한 것으로 천원짜리를 두개 골라달라고 했다. 기왕 먹는 거 퍼석퍼석한 것 보다는 아삭한 사과를 먹고 싶다. 작업실에 와서 언니가 내려놓은 연한 커피를 마시며 옥상에 놓아둔 고양이 밥을 들여다 보러 갔다. 여기 높은 곳까지 찾아오는 녀석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 노랑이일까 얼룩이일까. 사과는 아삭했고 뼈대만 남기고 깨끗히 먹었다. 니어링 부부의 사과단식을 한번 더 해 볼까 한다.



6


사과와 커피.

건강과 젊음.

운동과 잠.

생활의 리듬.

나에 대한 노력.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책상앞에 앉았다.

읽어야 할 원고를 프린트해보니 꽤 두껍다. 

연필로 줄을 치며 읽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금새 한달이 갈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