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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 Apr 21. 2016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는 매우 바쁘게 산다



1. 새벽 다섯시 반 마다 물을 달라고 울어대는 여백이 때문에 요즘은 오전중에 일어나게 된다. 며칠동안 엄청 걸어다녔더니 다리가 저리다. 커튼을 걷어내자 눈이 부시다. 날이 밝은지 이미 오래지만 나는 이제서야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 아무 무늬 없는 티셔츠만 입는데 어제는 스누피가 그려진 흰 티셔츠를 한벌 샀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괜시리 약속도 없는 오늘 입기는 아쉽지만, 요즘 날씨에 입기 마땅한 티셔츠가 없어서 그냥 입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한개 더 사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옷이 너무 많아서 집이 좁다고 느껴진다. 낡은 옷은 버려야 하는데-


2. 어제는 지하철역에서 카드를 찍고 나온 후 1분후에 카드를 잃어버렸다. 그 1분 사이에 누군가가 줏어갔고 나는 곧장 분실신고를 했다. 그 카드는 일주일 전에 재발급 받은 카드였고 그 통장에 내 전재산이 들어있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은행에 가서 대기표를 받고 이십분을 기다렸더니 내일 다시 오란다.


3. 여권이 곧 만료된다. 5년전의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닐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었기에 겨우 5년 짜리 여권을 만들었었다. 5년 전의 나 왜 그랬니. 아직 페이지가 남아있는데 재발급을 해야한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새로 만들기는 해야겠네 싶다. 

구청에 가서 여권 신청서를 작성하고 새로 찍은 사진을 붙이고, 구 여권을 반납하니 구멍을 뻥뻥 뚫어 돌려준다. 내 몸의 일부처럼, 돈보다 더 귀중히 다뤘던, 여권에 구멍이 뚫렸다. 직원이 이제는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라고 말한다.여권 번호도 바뀐단다. 페이지를 뒤적였다. 일본과 스페인,파리 입국도장을 비롯해 독일,인도,몽골,이집트 등등 3개월 6개월 2년짜리 장기 비자발급 스티커가 번쩍번쩍하게 붙어있다. 낙서 한 것마냥 대충 갈겨쓴 시리아나 요르단 비자도 있다. 새삼 이게 뭘까 싶다. 내가 지구를 열심히 돌아다닌 증거가 이 여권 몇페이지에 있다.

새로 여권을 받으면 첫 도장으로 대한민국 출국을 찍고, 대만 입국 도장이 찍힐 예정이다. 10년동안 그 여권으로 여기저기 세상 구경하러 많이 다녀야지. 48면을 가득 채워야지.


4. 여행 가기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내 원고와 남의 원고 그림, 여행 가는 기간의 마감을 미리 하나, 새로 들어온 외주의 미팅과 작업,집 정리.. 보름안에 끝나는 것이 가능은 하겠지만 아닐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남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야하고 그냥 끝내야만 한다. 그래야 여행을 간다. 여행 계획은 그냥 그 전날 세우기로 한다. 매번 이런 식이다.


5. 오전 오후내내 은행,구청,화방을 돌아다니다 늦게야 작업실에 와서 보니 하루가 정신없이 바쁜 느낌이다. 간신히 숨을 돌리고 커피를 내렸다. 오늘의 할 일, 해야할 일, 바쁜 이유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돌아보니 지금 바쁜 이유는 전부 내일을 위해서다. 담달에 여행가서 놀기 위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여권을 신청하고, 계획을 하고.. 그런 것들이 모두 미래의 내가 무탈하지 않기를 위한 것들. 그러니 바빠도 괜찮다. 힘내자,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고마워하며 맘껏 행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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