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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이모 Jul 12. 2023

비가 온다네

되게 바쁘고 전문적인 일을 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쓰고 있지만, 건물은 아주 클래식(은 아니고 올드)하다. 원래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87년경 지어진 우리 지점은 일이 늘어나고 근무 인원이 증가하게 되면서 심각한 공간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가 극적으로 4층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문제의 4층은 가건물이다.  임시건물 답게 그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으로 불편하므로 직원들은 콘크리트 건물인 2,3층 사무실에 배정받기위해 힘쓴다. 내 사무실은,  4층 가운데 방이다. 즉, 내 사무실은 판넬 지붕 밑에 있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왔다. 조금도 방심하거나 숨돌릴 틈을 주지않고 아주 꾸준히 성실하게왔다. 쏟아지는 비처럼 꾸준하고 세차게 일을 하면 아주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난 판넬 지붕 밑에 기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비가 어제처럼 내리는 날이면 비가 판넬을 뚫고 들어올 것 같다. 가건물 관리를 위해 4층에는 베란다 내지 옥상같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물이 가득차서 넘치면 밑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캐리비안베이에서 물이 모이면 뒤집어 지는 통처럼 물벼락을 맞지않을까 매우 걱정이다. 그래서 수시로 방창문 너머에 있는 베란다를 확인한다. 물이 넘실거리지 않는 것이, 아직 배수에 문제는 없군.


오늘 점심 때는 어제의 야근동지 N과 만나 무서운 비 이야기를 나누었다. N은 거침없이 일하는 스타일로 이야기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추진력도 있다. 그녀는 과감하게 어제를 야근의 날로 정하고, 집중하여 일을 하다가 10시 넘어 회사를 나왔다고 한다. 추진력있게 평소 집에 가는 길을 따라 운전을 하는데, 차가 둥실 뜨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차창밖을 보았더니 차 문 손잡이 바로 밑에 물이 넘실거렸다.


"그래서? 그래서? 그걸 알고 간거지? 대비책이 있었던거지?"

"대비책은 무슨. 차가 두둥실하면 다 소용없어.  침착이고 나발이고 어제 너무 놀래서 한숨도 못잤네"


N의 차는 기특하게 바깥의 물과 내부를 완벽히 차단했다고 하고, 더 기특하게 물이 덜 찬 곳으로 떠갔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바퀴가 바닥과 만나서 N은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나도 차가 두둥실 떴던 적이 있다. 자차는 아니고 타고있던 택시가 두둥실 떴다. 택시 뒷자리로 물이 들어오고 바퀴가 더이상 바닥에 닿지 않으면...방법이 뭐있나. 난 택시에서 내려서 떠가는 택시가 앞으로 떠갈 수 있도록 밀었다.  물 높이는 내 허리였다.


비가 쏟아져서 빨래가 꿉꿉하다. 어젠 근처 대학가 앞 코인 빨래방에서 빨래를 하고 보송하게 건조까지 시켰다.


"와도 와도 너무 많이 와요. 빨래하고 싶어요. 보송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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