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여정의 시작,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우리를 품어준 오흐리드에서 다시 삶을 세팅하다

by 낭만봉지 김봉석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긴장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오흐리드는
그 사실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르쳐준 도시였다.

세르비아의 여정을 마치고
우리가 향한 두 번째 여행지는
북마케도니아의 작은 호수 도시, 오흐리드였다.


세르비아에서 스코페를 거쳐
버스로 장시간 이동하는 일정.

몸은 의자에 붙들린 채
이곳저곳에서 신호를 보냈다.
조금만 더 가면 쥐가 날 것 같다는,
몸이 먼저 도착을 재촉하는 시간이었다.


한참을 달리다
버스는 국경 접경지에서 멈췄다.
이미그레이션을 위한 정차였다.
처음 겪는 육로 국경 통과라
긴장과 설렘이 묘하게 섞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허술했다.
버스에서 내려 여권을 보여주고,
잠시의 확인 끝.
그게 전부였다.
공항에서의 삼엄한 절차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곳의 국경은
놀이공원 입장권 확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또 달리고 달려
우리는 오흐리드에 도착했다.


오흐리드는
북마케도니아 남서부에 자리한 호수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중 하나인
‘오흐리드 호수’를 품고 있는 곳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영혼이라 불리는 이 호수는
수만 년의 시간을 고요히 채운
에메랄드빛 수면으로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맞이했다.


호숫가에 점처럼 흩어진
고대 교회들의 붉은 지붕,
그 위를 감싸는 낮은 종소리는
‘발칸의 예루살렘’이라는 수식어보다
더 깊고 아득한 영성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호스트의 도움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올드타운에서 도보로 약 20분.
조금 외곽에 있다는 점은

곧 가성비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축 건물이라 깨끗했고,
중심가에서 떨어진 덕에 밤은 조용했다.
출입 통제도 잘 되어 있었고,
원룸형 숙소였지만
넓은 화장실과 테라스가 있었다.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조합은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오흐리드에서 가장 큰
타마로 마켓(TAMARO MARKET)이
도보 5분 거리에 있었다.
우리는 마트 안을 천천히 걸으며
아이쇼핑을 하고,
이곳의 먹거리 문화를 훑어봤다.
장보기가 곧 산책이 되는 동선.
이것만으로도 이 도시는
살아볼 만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우리 생활 방식에 맞게
가구의 위치를 조금씩 조정했다.
그리고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봤다.


잠시,
5초의 정적이 흐른 뒤
옅은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 웃음은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생과,

희열과,

설렘이 뒤엉킨 감정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우린
저녁 식사를 위한 먹거리를 공수하러
다시 집을 나섰다.


그렇게
오흐리드에서의 첫날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 낭만봉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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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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