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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봉준 Dec 11. 2024

리더가 되고 싶은 장미와 송이

[3장] 잘 도와주고 싶어!

  많은 학급을 맡아보았지만, 매년 분위기가 다릅니다. 어떨 때는 외향적인 성향의 학생들이 많기도 하고, 반대로 내향적인 성향의 학생들이 많기도 합니다. 남학생이 많은 학급과 여학생이 많은 학급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서 수업 방법이나 지도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개인이 아닌 그룹으로 보았을 때 남학생과 여학생 무리는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남교사라서 그런지 남학생이 많은 학급이 여학생이 많은 학급보다 다루기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비해 산만하고 문제 행동을 더 많이 일으키지만, 문제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교사의 카리스마에 의해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학생이 많은 학급은 다루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여학생들은 사소한 일로도 토라지고 감정의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나곤 합니다. 다툼이 일어나면 따지다가도 금세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해결해주고 싶어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남학생들처럼 힘으로 통제하려고 하면 저에 대한 마음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이 아닙니다.     


  그동안 맡았던 학급 중 여학생의 비율이 월등히 많았던 해가 총 세 번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당혹스러웠지만, 경험이 쌓이니 이제는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가장 최근에 맡았던 학급은 다행히 노하우를 발휘하여 일 년을 잘 꾸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 학급에서 가장 중심이었던 장미와 송이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여학생들의 무리 짓기]     


  제가 맡은 4학년은 여학생 10명, 남학생 4명으로 여학생의 수가 많은 학급이었습니다. 첫날 교실에 들어가 보니, 여자 선생님이 아니라 남자 선생님이라고 열렬히 환호해 주었습니다. 끊임없이 제 옆에서 재잘대는 여학생들 덕분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반면 반응이 시큰둥하고 자기들끼리 모여 놀던 남학생들과는 큰 차이가 있었죠.     


  학생들에게 저를 소개하고, 학급의 규칙을 정하면서 첫날을 보냈습니다. 옆 반의 선생님들께서 작년에 여학생들끼리 다툼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걱정이었지만, 첫날에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전화가 울렸습니다.     


  “네, 누구십니까?”

  “선생님, 저 송이 엄마예요.”

  “네, 어머니. 무슨 일이신가요?”

  “어제 송이가 그러는데, 친구들이 자기만 따돌리고 괴롭힌다면서 속상해하길래 선생님께 말씀드리려고 연락했어요.”

  “그랬나요? 개학한 지 하루 밖에 안 되어서 제가 아이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작년부터 장미가 친구들을 선동해서 송이만 따돌리는 것 같아요. 참다 참다 안 돼서 제가 장미한테 한 번만 더 그러면 혼낼 거라고 카톡을 보낸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4학년이 되어서도 또 그러네요.”

  “장미하고 송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요. 제가 아이들하고 상담해 보고 상황을 파악한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송이(가명)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보았습니다. 송이는 어머니 말씀처럼 장미(가명)가 주축이 되어 자신을 따돌린다고 하였습니다.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싶은데 장미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습니다.     

  이번에는 장미를 불러서 물어보았습니다.     


  “장미야. 아침에 송이가 그러는데 너랑 친구들이 송이를 따돌려서 힘들어 한대. 송이 말이 맞니?”

  “따돌린 건 아니고요. 사실 저희 반에 ‘뉴진스(가명)’라고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어울리는 모임이 있거든요. 거기에 저랑 송이랑 다른 친구들까지 해서 5명이 속해있어요. 그런데 송이가 자꾸 저희에게 집착하고, 자주 삐져서 친구들이 힘들어해요. 그래서 저희끼리 삐지면 탈퇴시키기로 약속을 정했는데, 송이가 또 그러기에 카톡 방에서 탈퇴시키고 멀어지려고 한 거예요.”

  “너희끼리 어울리는 무리가 있었구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경우가 흔히 있었습니다. 무리 내에서는 함께 어울리기 위한 규칙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무리에 속하지 않은 친구들을 소외시키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갈등은 무리 내부에서 주로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송이가 속상한 것도, 장미가 송이를 따돌린 것도 저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을 불러 상황을 더 자세히 파악해 보니 무리의 리더를 두고 장미와 송이 사이에 충돌이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놀지, 화장실에 누가 같이 갈지, 과학실에서 어떻게 짝을 지어 앉을지까지 무리에서 의논해서 정했습니다. 송이는 의견을 돌려서 말하는 편이었고, 명확하고 직설적인 장미의 의견이 더 자주 받아들여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송이는 매번 삐지고 토라졌던 것입니다.     


[상담#1. 장미를 더 부드럽게]     


  여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생기는 갈등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담입니다. 저는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상담을 통해 점진적으로 학생들을 변화시키기로 했습니다.     


  우선 여학생들을 제 편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상담의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제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전을 펼쳤습니다. 여학생들을 꾀는 저만의 작전은 바로 노래였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저는 슬며시 교탁 뒤에 숨겨두었던 가방에서 기타를 꺼냈습니다. 조율기를 꽂고 둥당 둥당 기타를 치기 시작하자 여학생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기타 칠 줄 아세요?”

  “어. 나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우와~. 여기 아이유의 ‘너의 의미’ 악보도 있네요. 이것도 연주할 줄 아세요?”

  “불러줄까?”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기타로 연주하며 불러주었습니다. 저를 반신반의하던 학생들의 눈빛이 금세 변했습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는 선생님이라니! ‘너희는 나에게 빠져들 것이다.’ 제 주문은 통했고, 학생들은 이후에도 저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곤 했습니다. 저에 대한 호감을 듬뿍 담은 채로 말이죠.     


  레포가 형성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상담할 차례였습니다. 오늘도 여학생 무리에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울먹이며 찾아온 송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시 친해지기로 했는데, 아침에 인사를 해도 받지 않았고, 또 자기만 빼놓고 친구들이 귓속말을 했다고 합니다. 저를 힐끗 보면서 이야기하니 제 뒷담화(험담)를 하는 줄 알고 속상해 따졌더니 장미가 짜증을 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장미의 공격적인 말투에 대해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상담을 시작하였습니다.     


  “장미야. 왜 그랬니?”

  “아침에 송이가 인사하는 건 못 봤어요. 그리고 송이 뒷담화(험담)를 하지 않았는데, 오해하고 따지길래 저도 화를 낸 거예요.”

  “그랬구나. 송이가 오해를 하고 너희에게 짜증을 냈었나 보네. 장미야, 송이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너희에게 짜증을 낸 것도 물론 잘못된 행동이지만, 장미가 송이에게 상처가 될 만큼 강하게 표현한 것도 문제가 있어.”

  “송이가 매번 그러니까 저도 화가 나서 그랬어요. 이렇게 말 안 하면 못 알아듣잖아요.”

  “선생님은 송이에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너의 말투가 너무 거칠다고 말하는 거야. 그렇게 비꼬거나 거친 표현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뿐이야.”     


  장미는 강한 리더십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키도 크고 운동 능력도 뛰어나 많은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학업 성취도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표현과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장미는 스스로 잘났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장미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목소리도 크고 말도 똑 부러지게 잘하여서 어디서든 리더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뉴진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미의 의견은 언제나 받아들여졌고, 친구들은 장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미는 주변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장미에게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 대화 예절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행복성장 학급일지의 역량 그래프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장미는 경쟁심이 강하여 다른 친구들보다 역량 점수가 높아야 했는데, 그러려면 친구들을 존중하고 대화 예절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림 1] 장미의 3~4월 역량 통지표


  “장미야, 너는 노래도 잘하고 악기 연주도 잘해서 음악적 감상 역량 점수가 높구나. 일기도 솔직하게 잘 쓰고, 상상력도 뛰어나네. 수업 시간에 학습에 참여하는 태도도 적극적이어서 역량 점수가 높게 나왔어. 그런데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아서 또래 관계 역량 점수가 낮고, 비꼬거나 거친 말을 많이 해서 대화 예절 점수도 안 좋게 나왔어. 선생님은 네가 이 두 가지만 고치려고 노력하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네, 노력해 볼게요.”

  “그리고 너의 뛰어난 학습 능력과 리더십을 보았을 때, 선생님은 네가 앞으로도 리더가 될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네가 존경받는 리더가 되면 좋겠어. 팀원들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는 리더가 아니라, 이끌어주고 감쌀 줄 아는 따뜻한 리더가 되길 바랄게.”

  “알겠어요.”     


  욕심이 많은 장미에게 역량 그래프를 활용한 상담은 효과적이었습니다. 장미의 일기에는 오늘도 참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반성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금씩 장미는 자신의 행동을 고쳐나가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었습니다.     


[상담#2. 송이를 더 사랑스럽게]     


  송이는 마치 미어캣처럼 언제나 주변을 둘러보며 친구들의 말과 행동을 예의주시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학습에 집중하기보다는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지적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송이에게는 친구들이 마치 자신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역량 그래프를 통해 파악해 보았을 때, 송이는 자존감이 낮은 학생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으며, 이로 인해 집착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송이는 학기 내내 '뉴진스' 무리에 끼었다가 빠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친구들이 자신을 받아주면 매우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다가도, 친구들이 자신의 말을 따라주지 않으면 곧 토라지곤 했습니다. 친구들은 송이를 달래는 것에 지쳐버렸습니다. 저는 송이가 친구들과 솔직한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상담을 하였습니다.     


  “송이야,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것 같더니 또 문제가 생겼나 보구나. 어젯밤에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손절’하겠다고 했다면서?”

  “네. 친구들이 계속 제 카톡에 대답도 안 하고 무시해서 손절한다고 했어요.”

  “송이는 혹시 손절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

  “너랑 안 놀겠다는 말 아니에요?”

  “사전에서는 손절이 사람 간의 인연을 끊는다는 뜻으로 나와 있어. 다시 말해 손절한다는 건 다시는 얼굴도 안 보고 친구로 지내지 않겠다는 의미야. 송이는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그 친구들과 같은 학급에서 지내야 하는데, 계속 얼굴도 안 보고 말도 안 할 거니?”

  “아뇨, 그건 아니고요. 애들이 반성하고 돌아오면 다시 친구로 지내야죠.”

  “그럼 손절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돼. 그럴 때는 '너희들 때문에 속상해. 당분간 너희랑 좀 떨어지고 싶어.' 이렇게 말해야지. 지금 네가 친구들한테 손절하겠다고 말해서 다들 충격을 받았어.”

  “정말요?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어요.”

  “송이는 친구들에게 손절하겠다고 하면 친구들이 미안해하고 돌아올 줄 알았지만, 사실은 더 멀어져 버렸어. 송이는 친구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친구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어.”

  “노력해 볼게요.”     


  송이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친구들은 송이와 어울리는 데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때문에 상담을 통해, 송이는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조절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대화법을 배우며 변화를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그림 2] 송이의 5~7월 역량 통지표


  하지만 송이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상담 이후 송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친구들에게 집착하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송이는 매사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손톱이나 입술을 물어뜯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친구들이 자신을 멀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원인이었고, 이로 인해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속적인 상담으로 성장을 도왔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상담#3.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해]     


  ‘뉴진스’ 무리에는 장미와 송이 외에도 여러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장미와 송이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주로 그 두 학생과 상담을 진행했지만, 나머지 친구들도 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에게 장미와 송이의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집단 상담을 수시로 진행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장미랑 송이가 서로 다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송이는 너무 잘 삐지고, 장미는 좀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그렇구나. 사실 선생님은 장미와 송이가 너무 비슷해서 갈등이 생긴다고 생각해. 둘 다 너희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그래서 너희에게 부탁이 있어.”

  “뭔데요?”

  “너희가 둘 사이에서 현명하게 대처해 주면 좋겠어. 먼저 송이가 삐지고 속상해하면 달래주되, 무조건 받아주기보다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 줘. 너희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장미가 너희를 대신해서 말할 거야. 아주 거칠 게 말이지. 너희도 잘 알잖아.”

  “네, 맞아요.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을 장미가 대신 말해주기는 하지만, 너무 강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너희가 하고 싶은 말은 직접 하는 것이 좋아. 장미가 대신해서 말하게 두면 안 돼. 나중에 너희들도 송이처럼 장미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될 수도 있어.”

  “네, 알겠어요.”

  “친구들끼리 어울리다 보면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어.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야. 갈등이 생기면 솔직하게 대화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 예를 들어,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잘못된 부분을 사과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어. 갈등이 생기면 너희가 장미와 송이를 불러서 대화해 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선생님은 언제나 너희를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혼자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친구들이나 선생님 같은 어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문제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미와 송이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오해를 풀기도 했고, 끝까지 해결되지 않은 일은 저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는 모습이 점점 늘어갔고, 저는 그런 모습을 많이 칭찬해 주었습니다.     




  여학생들의 무리 짓기는 어쩌면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화장실 갈 때조차 둘씩 짝지어 가는 걸 보면 제가 못하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리를 지어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지만, 오해와 갈등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 삐지는 송이와 표현이 거친 장미는 언제나 그 갈등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저는 상담을 통해 두 학생의 성향을 보완할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게 했습니다. 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이 방법이 상당한 효과를 보았습니다.     


  “선생님, 아까 애들이 싸워서 같이 대화해 보았는데 서로 사과하고 금방 끝났어요. 저희 잘했죠?”

  “너무 기특하구나. 그래도 혹시나 마음에 남아 있는 말이 있으면 일기에 쓰던지 선생님한테 말해줘.”

  “네, 알겠어요.”     


  저는 장미와 송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로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1] 문제 인식 : 갈등을 확인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2] 목표 설정 : 장미의 표현 방식을 개선하고, 송이의 감정 조절 능력과 사회적 기술을 향상하기

[3] 개별 상담 :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구체적인 해결 방법으로 지도하기

[4] 집단 상담 : 다른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여 장미와 송이를 지원할 방법을 논의하기

[5] 결과 점검 : 학생들의 변화와 갈등 해결의 과정 확인하기     


  이번에 복직한 아내가 학생들 때문에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데, 들어보니 딱 저 케이스였습니다. 여학생들이 무리 짓기. 저는 아내에게 제가 겪은 사례와 상담 단계를 소개하였습니다. 아내는 저의 경험담을 들으며 교실에서 제 방식을 적용해 보았고, 효과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처럼 장미와 송이의 사례를 겪으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대화법과 갈등 해결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의 힘은 크기에,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솔직하게 소통함으로써 행복한 학교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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