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잘 도와주고 싶어!
학생들을 지도하며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다고 생각했지만, 학생 지도는 매번 새로운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학생들은 각기 다른 특성과 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 효과적이었던 방법이 다른 학생에게는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겪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성장해 왔지만, 한계를 느낄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은 늘 새로운 도전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겪었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이 도전 속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교훈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주 신나는 표정으로 밝게) 선생님!”
“어, 바람아. 왜? 무슨 일 있어?”
“지금 교실에 난리 났어요. ○○가 화분을 깼어요! 빨리 가서 혼내주세요!”
“뭐라고? 바람아,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신이 난 거야? 친구가 화분을 깬 일이 즐겁니? 선생님한테 혼날 걸 생각하니 기뻐?”
“그건 아니고요...”
“친구가 화분을 깬 일도, 선생님한테 혼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니야.”
바람이는 2학년 남학생으로 교실에서 가장 작았지만 행동이 민첩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산만하고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운동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행동은 종종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바람이는 친구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듯한 행동을 자주 보였습니다. 복도에서 친구가 넘어지면 비웃고, 실수로 물건을 밟은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갈등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또한, 충동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잘못을 거짓말로 회피하려 했으며, 주목받기 위해 규칙을 어기는 일도 잦았습니다.
“바람아! 친구를 발로 차면 어떡하니!”
“달리기 하는데 얘가 제 앞을 막았잖아요. 그래서 비키라고 그런 거예요.”
“네가 한 행동 때문에 친구가 다쳤잖아. 며칠 전에도 폭력을 쓰지 않기로 약속했었는데 이렇게 어기면 선생님이 널 어떻게 믿겠니?”
“지난번에 ○○이가 절 쳤을 때는 뭐라고 안 하셨잖아요.”
“○○이는 넘어지면서 너랑 부딪힌 거고, 너는 친구에게 복수하려는 나쁜 마음으로 때린 거잖아.”
“(울먹이며) 선생님, 저는 글렀어요. 이제 어쩔 수 없나 봐요.”
“바람아, 너는 아직 9살이야. 지금의 너의 모습은 잠깐일 뿐이야. 네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 너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해야지.”
당시 저는 바람이와 신뢰를 충분히 쌓지 못했고, 그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바람이는 학년 말에 전학을 갔고, 그의 문제 행동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한 점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늘이는 6학년 남학생으로 매우 똑똑했습니다. 형들이 공부로 유명했으며, 그늘이 또한 형들 못지않은 학업 능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리함은 문제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 수업 시간에 왜 친구한테 지우개를 던졌니?”
“그냥요. 그늘이랑 얘기하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해봤어요. 죄송해요.”
“그늘이? 그늘이가 해보라고 했니?”
“네.”
영리한 그늘이는 자기 손으로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잘 따르는 친구들을 이용했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즐거워했죠. 교실에서 일어나는 큰 사건의 배후에는 항상 그늘이가 있었습니다.
“너희들! 지금 얼마나 큰일이 일어날 뻔했는지 알아?”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해 봐.”
“그늘이가 목을 조르면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는지 내기해 보자고 해서, 뒤에서 목을 조르는 시늉만 했는데 △△이가 갑자기 몸에 힘을 푸는 바람에 균형을 잃었어요. 그때 △△이가 넘어지면서 의자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힌 것 같아요.”
“△△이는 기절까지 했었어. 그늘아, 친구들한테 그런 건 왜 시킨 거야.”
“…. 그냥 장난 삼아서 얘기한 거예요. 애들이 진짜로 할 줄은 몰랐어요.”
그늘이는 매우 영리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데 능숙했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해하는 척, 모른 척, 반성하는 척을 했고, 이 때문에 경계를 늦출 수 없었습니다.
“그늘아, 너는 아주 영리해. 하지만 그 재능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데 쓰일까 봐 걱정이야. 너의 능력으로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 좋겠구나.”
지금도 그늘이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성향을 알게 된 덕분에 그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와 그늘이 뿐만 아니라, 제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가는 여러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바라던 만큼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종업식을 맞이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라든지 "그때 이렇게 말해줬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후회로 남아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후회와 자책에 빠질 수만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매일같이 교육 현장에서 노력해야 하는 저로서는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실로 들어설 때, 항상 스스로에게 세 가지 믿음을 되새기며 한 해를 시작합니다.
“초등학생은 아직 아이일 뿐이다”
첫 번째는 바로, 초등학생은 아무리 덩치가 크고 어른스러워 보여도 결국 아이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힘든 일을 참는 데 익숙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미를 추구합니다. 때로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장난을 치고, 단순한 이유로 쉽게 삐지기도 하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라고 약속하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보일 때, "아,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이럴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어야만, 반복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1년이라는 시간은 짧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의 굳어진 마음가짐을 변화시키고 문제 행동을 고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번에도 안 그러기로 했는데 왜 또 그러니!" 하고 실망하며 화를 낸다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교사의 열정은 금세 지쳐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을 완벽히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교단에 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아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진심 어린 노력에 반응하며 성장하는 아이가 반드시 있다는 믿음입니다. 아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고, 시간은 부족할지라도 교사의 진심이 닿는 학생은 분명 있습니다. 저와 함께한 1년의 시간이 그 학생에게는 평생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성장하고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면, 저는 제 열정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언젠가 스포츠 방과 후 선생님이 저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한 학생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셨습니다.
“선생님, 장○○ 학생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교실에서는 어때요?”
“장○○은 불만이 가득한 눈빛에,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서 문제 이긴 해요. 그래도 책임감이 강하고, 아주 성실해요. 문장력도 뛰어나서 글도 잘 쓰고, 드럼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더라고요.”
“네? 제가 본 모습과는 너무 다르네요. 방과 후 수업 시간에만 보고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좋은 점도 보시네요.”
“나쁜 점만 보면 그 학생에게 편견이 생기고, 좋은 점을 놓치기 쉽잖아요. 저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칭찬을 함께해야 훈육도 더 효과가 있거든요.”
학생의 나쁜 면이 돋보일 때일수록, 저는 그 아이의 좋은 면을 찾아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만 제가 하는 훈육이 그 아이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 상담 교사가 부족하고, 아동학대법으로 인해 정당한 훈육마저도 오해를 받는 상황이 많습니다. 학부모의 비협조와 교권 침해도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게다가 특수한 문제 행동을 보이며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교실에서 지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교사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학생을 다 품을 수는 없겠지만, 그중 한 명이라도 변화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교사의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릴 때 충분한 관심과 지도를 받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학교와 사회가 협력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모든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교사의 열정이 진정으로 빛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