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도 곧 떠나야 합니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 다리를,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 다리를 살짝 들어 보세요. 설원은 기울어져 있다. 아버지의 다리 사이에서 눈을 감았다. 여러 번 언덕을 오르고 내려왔다. 눈을 감고서도 우리가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작은 다리에 번갈아 힘을 주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단단함 속에 있다. 내가 그랬다는 걸 기억하세요? 우리가 치우칠 때마다 번갈아 힘을 줬어요.
놀이터를 떠나는 아이들은 집으로 가는 길을 따로 외우지 않는다.
손가락의 양식을 알려 줄 순 있는데.
엉덩이를 살짝 들어 보세요.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 아래로 쓰레받기처럼 생긴 것을 집어넣으면 된다. 동작이 끊겼다 이어졌다 끊겼다……. 아버지, 다리에 힘을 줘 보세요. 처음 해 보는 일은 순서를 기억해야 해요. 힘을 주세요. 힘을 줬던 감각을 기억하세요? 뒤를 돌아선다.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은 망설임이 없다. 내 뒤로 올라오는 아이가 밧줄을 당긴다. 허벅다리가 쓸린다. 처음엔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나의 집은 여기에 있고 그 위로 반드시 거기가 따라옵니다.
이제는 집이 너무 무거워요.
봄이 되면 이사를 할 거예요. 이 얘기를 처음 꺼내.
새로운 집의 첫 번째 손님이 되는 것과 떠날 집의 마지막 손님이 되는 일 중에서 하나를 골라 보세요.
내일 현관문을 열었을 때도 오늘과 같이
이 집을 사랑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