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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연 Oct 30. 2024

물고기는 알아서 한다

  마냥 좋을 줄 알았어요.      


  늦은 아침 거실 바닥에 물고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어항 밖 반짝이는 실내 

  더 깨끗한 물일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책상 아래엔 발뒤꿈치와 소란, 저녁의 거스러미, 산 벌레들과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며 잠드는 행복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사이에 자라납니다.      


  나보다 먼저 내 집의 문을 열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출하고 돌아와 아무 걱정 없이 불을 켤 수 있다니, 너는 복이 많은 사람이군요.      


  비 오는 날엔 의젓하지 않은 사람이 좋습니다.      


  분수대로 만든 터널이 보이면 그 가운데로 꼭 지나가 보는 사람. 물그림자도 밟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너를 구경하고. 부럽다, 참 부럽다. 돌아갈 걱정을 하지 않고 맘껏 젖는 휴일에. 옷을 다 버린다고 나무란 적이 없었어요.       


  물이 떨어지는 차림이어도 개의치 않고 문을 열어 줄 거예요. 

  깨끗하게 씻은 너를 무릎에 눕혀 귀를 파 주고 

  여기서 음정이 솟아난다, 눈썹 주변으로 튀어나온 뼈를 지그시 눌러 주면서 

  너는 귀가 참 작군요, 귀가 작은 사람은 복이 없다던데      


  먼저 나갈게, 먹고 가세요.

  냉장고엔 전날 설탕에 재어 놓은 과일도 있고      


  내 방을 들여다보는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네가 보는 이 안은 투명하고 바깥세상은 굴곡되어 있습니다. 너의 집을 궁금해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어항으로 데려갈 물고기를 고르듯 

  집이 나를 고르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나를 밀어 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떤 복은 매끄럽고 차가워서 

  바닥에 엎드려 숨을 쉬는지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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