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으로 치우쳤다가 왼쪽으로 기울고, 그럴 때마다 옆에 앉은 사람에게 몸을 기댄다. 그 사람도 몸을 기울인다. 산으로 오르는 길에선 늘 그런 놀이를 했다. 길이 똑바르지 않은 건 순전히 우리를 헷갈리게 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위로 향하고 있다는 것 말고는 어떤 방향도 지속되지 않는다.
여기가 내가 있었던 곳의 반대쪽이겠다.
어느 방향으로 창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 텐트를 어디에 놓을지 생각했다. 해가 뜨는 쪽으로 머리를 두면 돼. 그럼 텐트와 상관없이 몸만 돌리면 되잖아.
야영에선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오늘 밤에 비가 내릴까.
천장 위로 허공이 있다.
복도식 아파트는 대부분 부엌에 창문이 없어요. 현관문에 걸쇠만 있다면 여기서도 얼마든지 맞바람을 맞을 수 있습니다. 바나나가 검게 익어 가는 냄새가 났다. 침실 공기가 답답해서 창문을 조금 열었다. 삼월 밤엔 봄 냄새를 맡아야 잠에 들 수 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면 크기만 다른 동그라미들로 가득할 것 같아. 텐트의 단면, 나무의 밑동, 산봉우리, 이슬, 아침으로 먹은 소시지와 계란, 간이 의자, 맥주 캔, 담배꽁초, 랜턴…….
밤새 불 피운 뒤척인 등.
작년 가을 이 마을에 큰 태풍이 왔었어요. 태풍은 순서를 지켜 찾아옵니다. 큰 상흔을 남긴 태풍은 이름들의 목록에서 빠진다고 해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 태풍의 책임은 아닐 텐데.
한 달 뒤로 약속을 미루자고 한다면 아예 약속을 잡지 말자고 할까 봐.
밤사이에 비가 내리면 어떻게 잠에 들 수 있을까.
빗소리에 깨어나면서 어젯밤 그런 걱정을 했다는 걸 기억했다.
두벌잠에 들면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내 생일은 항상 추웠어.
삼월은 기다리는 일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