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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don Mum Jul 22. 2021

[BOOK]사직서를 품은 그대여

기분따라 북 큐레이션 by 리딩리딩


깜박 깜박,

모니터의 커서는 또렷이 점멸하는데,

화면 속 보고서를 들여다보는 동공은 이미 촛점을 잃었습니다.

이미 어둠이 내린 창밖, 오늘은 보고서 초안이라도 마쳐야하는데

헝클어진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해져만 갑니다.

입사할 때는 꿈도 많았는데, 동기들 하나 둘 떠나보내고

텅 빈 사무실 책상 위에 고민의 갯수 만큼 빈 커피잔만 쌓여갑니다.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둔 사표를 한 번 꺼내보는 오늘,

'괜찮아요, 지금까지 잘해왔어요' 라고 당신의 어깨를 다독여줄게요.


사무실 밖 또 다른 길을 꿈꾸는 당신에게 리딩리딩이 추천하는 책.







프리워커스(모빌스 그룹 지음/RHK)



사실 ’프리워커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렙니다. MZ세대의 끄트머리에 걸쳐있는 제게도 로망에 가깝습니다. '적게 일하고 큰 돈을 벌겠다(Small Work, Big Money)'는 발칙한 슬로건까지. 상사 눈치 안보고 자유를 누리며, 돈까지 벌 수 있다니 누가 프리워커 되기를 거부하겠어요.


모빌스 그룹의 멤버들은 <프리워커스>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일'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일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하고 있나요? 즐거워서, 의미가 있어서 하고 있나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의 프리워커스가 던지는 질문은 '일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기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부모님들은 일로 생계를 지탱하고, 일을 평생 짊어질 ‘짐’으로 생각했습니다.  평생 ‘버텼지만', 비극인건 (일을 열심히 한) 모든 이들의 노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빌스 그룹 멤버들은 기성세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돈 벌려고 하는 일이지만, 이왕이면 자유롭고 의미 있게 잘 해내고 싶다”고 선언합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끌려가듯 하고 싶지 않다. 재미있게, 우리답게 일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나아가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핵심은 돈, 자유, 의미라는 삼각편대의 균형을 맞추는 겁니다. 재미있다고 돈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고, 더구나 의미와 재미는 반대편에 있는 것 같은데, 이들은 셋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내게 도움이 되는가'(실용성), '나만 알고 싶은가'(희소성), 서로 강하게 얽매이지 않는 프로젝트식의 결합방식도 결과적으로는 요즘 젊은이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려 하지 않고, 어떻게하면 같이 놀까 생각하며 팬층을 확보하고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소통하는 방식도 새로운 부분입니다. 또 '독점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세상이 바뀌었음을 간파한 이들은 소비자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내용을 공유하려 애씁니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의 가치가 의심된다면, 프리워커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면 어떨까요. 저를 포함한 모든 라떼 세대들에게 권합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박혜윤 지음/ 다산책방)



때로는  자본주의라는 틀에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인간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돈에 방점을 찍고 집착하는 숱한 삶들을 목격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돈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먹고, 삶의 격을 올려주는 것 같은 갖은 경험도 살 수 있지만, 그 달콤함 못지않게 이면에는 어두운 욕망과 천박함이 득실대지요.


홧김에 생각해 봅니다. 궤도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적당히 쓰고, 저축하고, 또 다른 돈으로 불리고, 그래야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본주의라는 틀안에 구축된 굳은 믿음들. 확 걷어차고 이탈해보면 어떠려나..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쓴 저자 박혜윤은 명문대 출신에, 신문사 기자로 일을 시작했고, 미국서 교육 심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괜찮은 삶이었다고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은퇴를 결심합니다. 그 후로 남편까지 은퇴하면서, 한국 사회를 벗어나 미국에서 새 삶을 설계합니다. 야심 차게 새로운 일을 도모하지도 않고, 미국 시골 숲 속 허름한 집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살아갑니다. 도피에 가까운 기이한 행보라는 타인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법도 하지만, 그들 가족이 결정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단지 우리는 전과 같은 모습으로 일하기 싫었다.” -본문 중


좋은 직업, 직장이라 해도 소모되는 일상. 낮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밤이 되면 또 살아낸 걸 다행이라 여기며 사는 삶. 도시의 인프라를 누리면서 살지만 온전히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허전함이 남는 찝찝함. 매일의 임금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유에서였죠.


책에는 포기하라는 얘기가 주를 이룹니다. 포기를 잘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결국 무엇이든 시도하게 된다고 말이죠. 그리고 '욕망에 항복하라'는 얘기는 낯설지만, 묘하게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많은 이들에겐 동경에 가까운 삶을 몸소 실험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버리면 또 다른 의미로 채워질까? 카뮈도 가난 속에서 자유를 배웠다고 했다는데, 그런 경지에 이르는 삶이 가능할까?






모두가 숲속 오두막으로 들어갈 리도, 그럴 수도 없습니다. 저자의 삶에도 '과연 정답일까'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온 세상이 가난을 돌파하기 위해 버둥거리고, 불평등하다고, 보다 공정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회에서 상상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이 코로나 팬데믹의 세상에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휴가지조차 사치인 상황에서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삶은 과연 어때야 할까요. 지금 이대로 좋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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