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VIEW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들 by 리딩리딩
2021년을 지배한 키워드는 단연 '공정'이었습니다.
리딩리딩이 책을 구분하는 기준인 8개 카테고리 중
<VIEW>는 주로
정치사회 관련 서적과 다양한 시선, 관점을 다룬 장르불문의 책들을 소개해왔는데요.
2021년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책*은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었습니다. (*페이지뷰 기준)
이외에도
코로나 펜데믹 이후
전세계인이 느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방증하는 책,
빌 게이츠의 <빌 게이츠, 기후변화를 피하는 법>
지구밖의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책
심채경의 <천문학자는 하늘을 보지 않는다>도
많은 관심을 반영,
올해의 책으로 꼽혔습니다.
올해를 마무리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리딩리딩의 VIEW 카테고리 추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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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2003년 3월 9일 정부서울청사)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취임 2주 된 현직 대통령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얘기다.
저 반응과는 무관한 다른 검사의 질문. “언론에서 대통령 님이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이 대통령이 됐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이 고졸이라는 걸 전 국민이 아는데...)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졸업하고 연수원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법복을 입은 사람들에겐 ‘고졸 대통령’을 ‘모셔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욕이었을까? 이렇게만 보는 건 지나친 단순화겠으나, 당시 검사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권한을 분산시키고 조직을 법과 제도로 통제해야 남용과 부패를 줄일 수 있다’는 자명해보이는 명제에조차 검찰 조직은 집단 저항했다. 갓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의 결기도 소용 없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찰 개혁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이같은 뼈아픈 기억이 깔려 있다. 역시 트라우마는 해롭다. 검찰을 잡으려고 폭주하다가 자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지경이다.
#장면2(2020년 9월 1일 의사단체 페이스북)
2020년에 가장 많이 인용되고 기억된 이미지 가운데 하나 아닐까.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라”며 던진 질문이었다.
첫 질문.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보기는 두 개였다.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공공의대 신설이나 추천제 입학 방식에 대해서는 물론 토론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전교 1등’과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을 수평 비교하는 대목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논리는 헐거웠고 오직 학력에 대한 자부심, 인정 욕구만 노골적으로 드러난 탓이다.
의사 단체도, 전공의들도, 의대생들도 공식 사과를 한 바가 없다. 병원장님들만 고개를 숙였을 뿐, 정작 집단 행동에 나섰던 사람들은 입을 닫았다. 아니 의사면허 시험을 보게 해달라는 요구만 내놨다. 하지만 결국 정부는 응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공정하다는 착각
엘리트들의 저런 태도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깊은 모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반응은 평소의 정치적인 입장, 경제적인 상황, 출신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대졸자들의 ‘거들먹거리는 문화’에 진절머리를 낸 백인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의 거센 참여 속에 트럼프가 깜짝 당선됐다. 의사나 변호사 등 대졸자들이 과대대표되는 사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소외돼 숨죽이던 이들이 표로 응징에 나섰다는 뜻이다.
“하위 90퍼센트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드림 머신은 ‘자동화, 해외 아웃소싱, 다문화 정착민들의 위력 등등으로 작동이 멈춰버렸다. 동시에 그들 90퍼센트는 백인 대 유색인종 사이의 증폭된 경쟁(일자리, 인정, 정부 지원금 등등)에 휘말려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차례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고 여긴 사람들이 (흑인, 여성, 이민자, 난민 등등에게) ‘새치기를 당했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 분개했으며,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분노했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적 약자 그룹인 백인 노동자 집단에 딱지까지 붙였다. 인종주의자, 보수 꼴통, 백인 쓰레기... 한국에서 거리 시위에 나서는 노인들에게 ‘태극기 부대’니 ‘푼돈에 동원된 자들’이니 ‘틀딱’이니 조롱하는 흐름과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일자리? 샌델은 ‘분배적 정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1980년대 이래 중도 좌파 그룹에서 꾸준히 시도했지만 오히려 포퓰리즘의 반동만 불러왔다는 것이다.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거부감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경제 성장의 과실은 줄곧 최상층에게만 흘러들어갔고, 이제 와서 보니 고학력 좌파들도 그들 나름의 이익공동체 안에서 꿀을 빨고 있었다.
“이 유권자들이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그들이 정의에 더 기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회적 인정과 명망을 얻고, 다른 이들이 필요로 하고 가치를 두는 일을 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샌델이 제시하는 대안은 다소 파격적이다. 인재 선별기 부숴버리기,라는 명분으로 대학 입학 자격을 사실상 운에 맡기자는 주장이 그렇다. 선별기를 통과한 자들은 상처 입은 승자가 되어 이익을 독점한 채 약자들을 깔보고, 반대로 탈락한 사람들은 깊은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게 되니, 차라리 부숴버리자는 주장이다.
또 경쟁과 차별의 근거가 되는 ‘기회의 평등’ 대신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도록 할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겸손, 공동선이라는 가치까지 내달린다.
주로 미국 백인 노동자 계급이 포퓰리즘에 포획 당해서 트럼프 현상을 만들어낸 데 대한 충격이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얼마나 컸는지가 읽힌다. 한국에서도 촛불과 태극기, 극우 개신교계 사이의 극한 갈등은 비슷한 양상이어서 참고할 만하다. 다만, 결론은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인 느낌이고, 책 중반 정치철학 논의는 읽어내려가기 버거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Written By KI(VIEW CURATOR)/ 19년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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