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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London Dec 22. 2021

[2021결산(3)- SOUL] 명랑한 은둔자

올해 SOUL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들





by리딩리딩방금


올해는 '혼자만의 시간'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리딩리딩이 책을 구분하는 기준인 8개 카테고리 중 

<SOUL>은 주로 

에세이를 소개해왔는데요. 

2021년 가장 많이 읽힌 책*

캐럴라인 냅의 에세이 <명랑한 은둔자>습니다. (*페이지뷰 기준)


이외에도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

사계절 출판사 강맑실 대표가 쓴 에세이

<막내의 뜰>도  

많은 관심을 반영, 

올해의 책으로 꼽혔습니다. 




올해를 마무리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리딩리딩의 SOUL  카테고리 추천 책들.







1위. 명랑한 은둔자(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바다출판사)

** 책 제목을 클릭하면 리딩리딩 홈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세상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움직이다 잘못 걸리면 감염병 술래가 된다. 게다가 이 지독한 게임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해마다 한 번은 바다를 건넜지만, 지난해는 부산 앞바다를 슬쩍 보고 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여름날 약속이 가을로, 송년회로, 신년회로, ‘상황이 좀 나아진 다음’으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취재원과의 만남으로 빼곡했던 달력도 텅 빈 지 오래다. 연말까지 미루고 미루다 남은 의무연차를, 집안에서 강아지를 껴안고 고요하게 소진했다.


 멈춰버린 세상은 낯설고,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편안했다. 


 물론 나는 조용히 폐점해버린 어느 커피숍 앞에서 망연했고, 이력서 낼 곳 없는 동생이 하릴없이 요리에 심취하기 시작한 걸 보고 속상해했다. 그러나 내 작은 방 안에서 남몰래 느낀 안도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죄책감으로 지그시 눌러보아도 사라지지 않는, 묘하게 차분해진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곰곰 헤아려보고서야 깨닫는다. 낯선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건 사실 퍽 무섭고 피곤한 일이었다. 취재원과 저녁 약속을 잡아둔 날에는 내심 상대의 사정으로 약속이 깨지기를 바랐다. 술자리에서 잔을 마다하지 않은 건, 조금쯤 취해야지만 그 자리를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은 사실 보이는 만큼(또 내가 믿고 있는 만큼) 사교적이지도, 활기차지도 않았다. 반강제적으로 집안에 틀어박히고서야 남몰래 미소지으며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와 세상 사이에 이만큼의 거리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은둔하고 싶었던 마음을.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캐럴라인 냅도 혼자 있을 때 은밀한 기쁨을 누렸다. ‘연애 관계를 아주 중시하고,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정신 건강과 정상적 사회성의 척도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자신을 ‘<우리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외톨이 은둔자’로 여겼던 냅은, 어느 날 불현듯 자각한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세상을 잔뜩 찌그러뜨린 오목거울이 반듯하게 펼쳐지는 순간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편견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냅은 세상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한다. ‘은둔자’ 선언이 역설적으로, ‘정직한 관계 맺기’의 시작이 된 셈이다. 그리고 세상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해치는 못난 충동으로부터 마음을 단단히 지킬 수 있다.




  고립은―고립되고 싶은 충동은― 두려움과 자기 보호에 관련된 일이다. 고립은 고치를 만드는 것, 매혹적으로 편한 나머지 벗어나기가 어려워지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고립은 고독과는 무관하다.


  바깥세상은 무섭고 위험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느낌, 다른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도록 허락하면 그들이 반드시 나를 실망시키거나 다치게 할 것이라는 확신, 스스로가 취약해지는 것이 너무 싫다는 생각. 이것은 모두 지극히 인간적인 두려움들이고, 더구나 지극히 강력한 두려움들이라, 내가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기 시작하면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리기 시작한다.



 캐럴라인 냅이 고독의 달콤함 속에서도 고립을 경계한 것은 자신의 극단적 성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술에 의존해 부모님의 장례식에서도 취해 있었고, 그런 자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음식을 거부해 체중이 38kg까지 줄어든다. 반려견에 대한 애착이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음을 깨닫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중간이 없는 걸까?’라고 낙담하기도 한다. 도피하거나 통제하거나 투사하거나. 삶의 모든 두려움―보이지 않는 미래, 상실의 고통, 반복되는 실망, 불안 아니면 권태―을 잊고자 자신을 학대했던 것이다. 실상 그런 두려움은 제대로 살고 싶다는 소망, 말하자면 생에 대한 열망에서 기인했던 게 아닐까? 냅은 인생이 끝장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스스로 치료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아무튼 아빠는 4월에 돌아가셨죠. 저는 그 봄 내내 술을 마셨고, 그 여름에도 내내 술을 마셨습니다. 7월에 열흘간 파리에 갔을 때도 그 아름다운 동네들을 누비면서 내내 술을 마셨고…그러다 10월이 되었고, 엄마가 간암 진단을 받았죠. 저는 더 마셨어요.
 애초에 당신을 중독으로 내몰았던 적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은 차이가 없다. 그 적들이란 당신의 두려움과 분노와 불안정함, 위로와 위안을 갈구하는 마음, 곧 당신 자신이다.



  ‘나는 평생 수줍음을 탔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토록 솔직한 글들을 쏟아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사실 그녀의 삶 자체가 아이러니다. 사랑하는 개를 먼저 보낼 날을 상상하며 눈물짓지만, 정작 본인의 수명이 그 절반도 남지 않았다는 건 예상 못 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선 결혼해 남편 곁에서 눈을 감는다.


 그런데, 우리 삶이 다 그렇지 않은가? 어차피 전화를 다시 걸어줘야 하면서 일단 자동응답기에 떠넘기는 그녀와, ‘카톡, 카톡’ 소리를 듣고도 메시지만 쌓고 있는 내가 뭐가 다른가. 베스트셀러를 써놓고 인터뷰를 곤혹스러워하는 그녀처럼, 나는 방송기자를 직업으로 골라놓고 10년 넘게 카메라를 피할 궁리만 한다. 19년 전 세상을 떠난 작가에게 내가 이토록 애틋한 우정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 그녀가 전화선 너머에 있는 친구처럼, 이 같은 삶의 아이러니를 다정하게 고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봐, 나도 이렇다니까. 누구나 양면성 위에서 줄을 타며 사는 거야. 그러니 뒤죽박죽 보이는 인생이라도 흔들리며 걸어가 봐. 


 그러니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고,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우리 모두, 괜찮다. 이런 내가 비정상인가 싶어도, 그냥 명랑해지자.



Written By Yeonsoo Na(SOUL CURATOR)







2위. 아무튼, 술(김혼비 지음, 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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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막내의 뜰(강맑실 지음,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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