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RELATIONSHIP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3. 202
올해는 '어린이'를 키워드로 한 책이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리딩리딩이 책을 구분하는 기준인 8개 카테고리 중
<RELATIONSHIP>은 주로
가족, 관계 관련 책들을 소개해왔는데요.
리딩리딩에서 2021년 가장 많이 읽힌 책*은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 입니다. (*페이지뷰 기준)
그리고 이슬아 작가가 쓴 <부지런한 사랑>과
소년원 아이들 이야기를 주제로 한 <소년을 읽다>가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를 마무리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리딩리딩의 RELATIONSHIP 카테고리 추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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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짜리가 말하는 검찰개혁
<난 추미애가 싫어!>
"아빠, 난 추미애가 싫더라."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어느 날 7살짜리 둘째가 '시크'한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난 요즘 대검찰청을 출입하고 있다) 둘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0살짜리 큰 놈이 응수한다. "무슨 소리야. 윤석열이 잘못했으니까 그런 거지."
집에서도 계속되는 '검찰개혁'과 '헌법주의'의 충돌. 난 분명 퇴근하지 않았던가. 피식하고 넘기려니 아이들의 진지함이 무색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 4초 만에 '검찰개혁'을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들의 집중력은 통상 5초를 넘지 못한다-게임 제외)
명색이 기자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답을 찾기란 정말 내 능력 밖이다. 난 우물쭈물 배시시 웃음으로 넘겼고 의심 없이 자신의 '승리'를 예상했던 두 녀석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 진지한 아이들의 저 눈빛만은 외면하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을 하지만 현실은 항상 쉽지 않다. 분명 아이들은 '치킨이냐 피자냐'를 고민하는 심정으로 추미애 혹은 윤석열의 편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치킨'과 '피자'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고민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른들은 '어린이'를 존중하고 있을까>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김소영 지음)는 아이들에 대한 책이지만 육아서는 아니다. 저자는 어린이 독서 교실 선생님이지만 그렇다고 교육서도 아니다. 동화 같은 표지 그림과 달리 제목은 무척 묵직하다. 어린이'라는' 세계라니. 책이 날 향해 되묻는 느낌이다.
"'알아? 어린이라는 세계가 있다고. 당신이 아는 그런 어린이가 아냐!"
이 책은 따뜻하지만 그 어떤 사회과학서적 못지않게 날카롭다. 책이 아이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통해 총총총 하고 찍는 물음표를 살짝 들춰보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존중하지 못하는 것은 어린이 역시 그들 나름의 세계가 있는 '우주'라는 사실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구조적인 무지를 넘쳐나는 양육서에서 찾는다. 양육서 마다 '아이의 개성을 존중'할 것을 강조하지만 정작 양육서는 개성이 없고 결국 부모의 양육 또한 개성은 없다. 그래서 "왜 양육서는 부모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느냐"는 그의 질문은 근본적이면서 도발적이다. 수학 능력과 암기력이 가장 뛰어난 한국 아이들이 창의력만큼은 독보적으로 바닥을 기는 이유는 이런 '양육의 몰개성'과 무관치 않다.
<넘쳐나는 양육서와 노키즈존 사이>
개성없는 양육이 '어긋난 첫 단추'라면 노키즈존은 배려받지 못한 마지막 단추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의 고성에 방해받지 않을 성인들의 권리는 부각되지만 많은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예의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의 권리는 쉽게 묻힌다. 대한민국의 남다른 모(부)성애와 그런 귀한 아이들을 대놓고 배제하는 노키즈존의 공존은 정말 모순적이지 않나. 하지만 그 안에 어른의 일그러진 시선이 담겼다는 건 안타까운 수미쌍관이다. 아이들은 '정답 양육'의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강박, 그리고 틀을 벗어난 아이는 냉정하게 배제할 수 있다는 전사회적인 오만.
권위자가 쓴 양육서는 정답이고 책 밖의 양육은 '개성'이라기보다는 오답으로 여겨진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답 양육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골칫덩이일 뿐 아무도 정답이 (그 아이에게만큼은) 오답일 수 있다는 의심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학대 아동을 향한 위로에 담긴 '편견'>
아이를 존중하지 못하는 현실의 극단에 '아동 학대'가 있다. '정인이 사건'으로 온 대한민국이 분노로 들끓는가 싶더니 제2, 제3의 정인이가 꼬리를 문다. 입양이 '꿈'이었던 정인이의 양부모는 정인이 덕분에 그 로망을 실현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학대받는 아동은 그저 '방치'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자를 향한 분노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우울감과 원망을 아이에게 투사하고 그렇게 아이를 향한 폭행을 합리화한다. 아이들은 신체·정신적으로 미숙한 탓에 '폭행'은 '훈육'으로 변질돼 이 사회가 제도로 쌓아 올린 감시의 눈을 쉽게 가리고 있다. 더 놀라운 건 학대 아동을 향해 건네는 위로 속에서도 어른들의 일방적인 시선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기사 댓글에 어린이가 '피어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글을 쓴 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틀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살아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163p)
<'친구 같은 아빠 되기'의 어려움>
두 아들의 아빠로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바로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당장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꿈은 매 순간 '아직'이라는 망설임에 주저앉고 있다. '뛰기 시작하면 같이 운동도 하면서 친구처럼 놀 수 있겠지' 했다. 근데 막상 아이가 뛰니 '말을 하면 이제 좀 더 소통될' 것 같았고 말문이 트이니 '읽고 쓸 줄 알'아야 내 진의를 아이가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내가 문제였다. 아이들이 '성숙'해질 때까지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 무의식에 있었던걸까.
두 아들의 추미애-윤석열 논쟁에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답은 뭘까. 어떤 답이든 중요한 건 헛웃음 치지 않는 것. 세상 진지한 그들의 눈빛에 그만큼의 무게로 바라봐 주는 것, 그런 것 아닐까.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4초는 검찰개혁을 설명하진 못해도, 어른들의 진지함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갑자기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 이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Written By Domino MIn(RELATIONSHIP 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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