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 원인에 대한 모순된 주장

뱃살 논쟁

by 봉림숲

뱃살의 정착 과정


아내와 체지방에 대한 하찮은 논쟁이 있었다. 과도한 영양분 섭취로 인해 분해되지 않고 몸 안에 그대로 쌓여있는 잉여 축적물인 체지방은 유독 배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의학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위장에서 항문으로 밀려내려가 영영 추방당하기 싫은 지방은 장에서 가장 가깝고 주거 환경이 평야처럼 넉넉함이 있는 배로 출애굽 하지 않았을까 싶고, 거기로 밀려든 체지방족이 점점 늘어나면서 뱃살 원주민이 된 경우일 거라 추정해 본다. 어떤 사람의 뱃살족은 이미 로마제국을 건설했고 어떤 사람의 뱃살족은 소국에서 대국으로 점점 세력을 키운다. 어쨌든 우리는 그걸 통틀어서 '똥배'라고 부른다.




똥배 논쟁 1


어느 날 저녁, 아내와 나는 서로의 똥배에 대해서 소소한 논쟁을 했다. 먼저 운동을 싫어하는 아내를 향한 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당신! 뱃살이 자꾸 나온다. 운동을 안 하니까 그렇게 자꾸 살이 찌고 배가 나오잖아!”


최근 들어서는 아내의 건강이 걱정되어 애들도 아내에게 운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었다. 살에 대해서는 별로 절박함이 없어서인지 그런 잔소리는 그냥 스쳐가는 바람소리 정도로 여긴다. 아내는 바로 반박을 했다.


“이 뱃살은 애들 둘을 낳아서 나온 뱃살이라고!”



많이 먹고 관리를 하지 않아서 나온 뱃살이 아니라 출산을 두 번 하면서 나오게 된 당연한 뱃살이라는 주장이다. 참고하자면 애들 둘은 벌써 대학생들이다. 나는 아주 잠깐이나마 최근에 우리가 또 낳은 자녀가 있었는지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아내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손주들에게 이 주장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뱃살은 너희 아빠 낳고 나온 어쩔 수 없는 배란다.”


가족들 닦달에 뱃살을 빼기로 작정한 거 까지는 좋은데 최근에는 운동이나 음식 조절 없이 뱃살 빼는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해서 먹기 시작했다.





똥배 논쟁 2


나는 선천적으로 위장이 약해서 쉽게 급채도 하고 배앓이도 잦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손으로 배 마사지를 해주거나 온찜질 기를 배에 올려준다. 내 배를 만지며,


“당신은 뱃속에 있는 체지방이 문제야!”


체지방이 배앓이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아내는 체지방을 없애기 위해서는 본인이 먹고 있는 보조 식품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정말 살이 빠져?”라고 물었더니 빠진다고 했다. 부작용은 없냐고 물었더니 전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온찜질을 하고 있는 내 옆에 아내가 누워 있었다. 나는 아내 배를 한참 만지다가 한마디 던졌다.


“내가 봤을 땐 그 보조 식품은 체지방이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부작용인 거 같은데......”


아내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침마다 이것저것 잔뜩 모아서 물컵과 함께 내 입으로 들이미는 보조 식품을 마지못해 받아먹으며 보조 식품의 무익성을 주장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나에게 핀잔을 준다.


"당신은 보조식품에 대해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문제다."


뱃살이 있으면 어떻고 배앓이 좀 하면 어떠랴?

그냥 웃으며 살면 되지!



매거진의 이전글장모님이 주신 거금 백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