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특별한 물

행복 순간포착

by 봉림숲

그녀의 특별한 물



이 이야기는 우리 집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꽤 많으나 오늘은 물에 관한 몇 가지의 사건들만 기록하기로 한다. 그 까닭은 너무나 독창적이면서도 확고한 신념을 가진 나의 아내가 실행한 것들로써 누군가가 모범적으로 학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내의 이론에 대한 검증은 꼭 한번 해보리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1>

식탁 위에 생수가 놓여 있길래 마시려고 들었다. 아내가 그 생수는 심층해수를 뽑아 올려 만든 물이라서 산소가 많이 들어 있다고 했다. 나는 '물의 원자구성이 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되어 있는데 산소가 특별히 더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산소가 더 들어간다면 사람이 마실 수 없는 다른 물질이 되므로 그 말은 맞지 않다' 며 숨 넘어갈 듯 속사포같이 반박했다. 아내는 나를 흘겨보더니, 강한 어조로 '이 물은 다른 물보다 산소가 더 많다!'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네랄 같은 성분이 더 풍부하다면 이해가 되는데 산소가 더 많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말문이 막힌 아내는 운동선수들이 마시는 좋은 물이라면서 그냥 좀 마시라고 화를 냈다. 요즈음 우리 집에는 이온수 하나가 더 늘었다. 어느 날 아내가 싱크대 수도꼭지도 이온수가 나온다는 헤드로 손수 교체를 했다. 우리 집 그릇들이 이온수로 목욕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사건 2>

아내가 어디서 심층수를 또 구해왔다. 마시라고 한 컵 따라 주었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아주 좋은 물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반쯤 들이키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피식’ 웃었더니 또 본인 말을 무시한다고 핀잔을 줬다.

나는 즉각 반박을 했다. “무시한 게 아니고요, 나는 저혈압인데요?”라고 대꾸했더니 할 말을 잊은 채 어이없이 쳐다봤다.

“하여간, 둘이 부녀지간 아니랄까 봐 얄미워 죽겠어!”

아무 죄 없이 앉아 있는 딸과 나를 번갈아 보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사건 3>

단백질 섭취를 위해 1일 1 계란을 주장하며 가족들에게 매일같이 강제로 먹이던 아내가 갑자기 이온수에 꽂혔다. 이온수 신봉자 혹은 예찬자가 되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손수 모든 샤워기 헤드를 교체해 놓았다. 나는 욕실 샤워기를 들어서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았다. 매우 미세하고 촘촘한 구멍을 가진 넓은 판형의 헤드는 일반 제품과는 모양이 달랐다.


아내의 주장에 의하면,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고 피부도 꿀피부가 되며 마시면 위장병도 싹 낫는다고 했다. 나는 이온 샤워기로 샤워를 하며, 아내 말처럼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끔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말하지 못할 속마음은 '말도 안 된다!'였다.


오, 믿음이 약한 자들이여!

나랑 똑같이 믿음이 약한 자가 하나 더 있으니, 아들이다. 아들과 나는 이온수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지만 아내의 후한이 두려워 결코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아내가 이온수가 나온다는 수도꼭지로 수돗물을 받아서 냉장고에 보관을 하고 있다가 학교에서 막 돌아온 아들에게 물컵에 따라서 먹이려고 했다. 보일 듯 말 듯한 이물질도 약간 들어 있었다. 아마 수도관에서 나온 녹이 아니었을까? 아들은 못 마시겠다고 하자, 아내는 '이게 얼마나 좋은 물인데 마시지 않느냐'라고 잔소리를 했다. 착한 아들은 엄마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고 안쓰럽게 그 물을 마셨다.


‘그런데 정말 이온수일까?’ 꽤 쌘 수압으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가 꼭지의 요술에 의해 이온수로 바뀐다니!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고된 하루가 끝나고 아내랑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서운했던지 뾰로통해서는 한마디 던졌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생각하는데 굳이 가슴에 손을 올릴 필요가 있나요?”라고 했더니 어이없이 웃다가 금세 코를 골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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