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순간포착
1. 양말보관
안방 문 앞에는 외출하고 돌아와서 벗어던진 더러운 내 양말이 노숙자처럼 버려져 있었다. 마치 쓰레기통을 향해 던진 구겨진 코 푼 휴지가 목표 달성을 못 하고 매가리 없이 바닥에 뒹구는 것처럼...
아내가 외출하고 돌아오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나는 궁여지책으로 그 양말은 조금 있다 나갈 예정이라서 신으려고 잠시 바닥에 보관한 거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아내는 거짓말 좀 하지 마라고 했다. 나는 아내의 팔을 잡고서 내기를 하자고 졸랐다.
"내가 조금 있다 신고 나간다에 만원 내기를 합시다."
아내는 내 손을 뿌리치고 아무 말 없이 거실로 나가더니 TV를 보고 있었다.
2. 얄미운 남편과 딸
딸과 나는 아내에게는 한 묶음으로 취급을 받는다. 출장일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알람시간에 맞춰 새벽에 힘들게 일어났다. 아내와 나는 맞벌이 부부이지만 아내는 항상 내 아침 식사를 챙긴다. 식사 후 씻고 나서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었다. 벨트가 없어서 있을만한 곳을 다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안방에서 한참을 찾더니 마침내 침대 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에 벨트를 움켜쥔 채 쑤욱 내밀면서 잔소리를 했다.
“제발 물건을 제 자리에 둬!”
나는 바로 반박을 했다.
“그 자리가 제 자리야!”
아내가 말문이 막혀 한참을 웃더니,
“정말 얄미운 건 둘이 똑같다!”
딸이 아내한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면 아내는 아빠 닮았다고 잔소리를 한다.
3. 잡채라면
아들이 학원에 갔다가 밤늦게 귀가했다. 아내는 배고프고 지쳐 있는 아들에게 라면을 끓여줬다. 아들은 묵묵히 몇 젓가락 먹더니 금세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투덜거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왔다.
"음식을 만들면 먹지 않으니 만들기가 싫다!"
성직자 같은 아들이 미안해했다.
“엄마! 미안, 미안해... 정말 못 먹겠어!”
방에서 둘의 대화를 엿듣다가 '한참 배가 고플 텐데 왜 저러지?' 생각하며 부엌으로 나갔다. 아들이 거의 먹지 않고 남겨놓은 라면을 자세히 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 안에는 잡채가 가득 들어 있었다. 아내가 추석명절 때 쓰고 남은 잡채를 넣은 거였다. 나는 아들이 참 고통스러웠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들은 늦은 밤 수고해서 라면을 끓인 엄마를 생각해서 ‘맛이 없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그냥 생각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한 거였다. 라면에 잡채를 넣다니!
식탁 위에는 생전 들어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했던 기름 떠다니는 느끼한 잡채라면이 삐진 아내 얼굴만큼 퉁퉁 불어 있었다.
4. 유산균 효능에 대한 궁금증
저녁 식사 후 아내가 딸기를 씻어줘서 아들과 둘이 먹고 있었다. 아내는 스틱으로 된 유산균을 하나씩 나누어 주며 먹으라고 했다. 그럴 때는 아무 말 없이 받아먹지 않으면 잔소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나는 얼른 받아먹었다. 아들은 안 먹는다고 했다. 아내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비염 때문에 맨날 고생하면서 왜 안 먹냐고?"
아들은 비염이랑 유산균 먹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투덜거렸다.
아내의 반론이 이어졌다.
유산균이 장에 들어가면 장이 좋아지고 약 효과가 코까지 타고 올라가서 비염도 낫게 되는 건데 화학을 하면서 그것도 모르냐고 야단을 쳤다. 아들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장에 좋다는 유산균, 유산균의 입장에서는 장에서 코까지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이동을 할 건지? 그리고 별로 상관이 없을 거 같은 화학과목...
과연 이것들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내의 말을 듣고 나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5. 놀림의 결과
교회 행사가 있어서 나는 정장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었고, 아내는 예쁜 한복을 입었다. 한복 입은 아내의 모습이 화사하고 복스러웠다. 그날 찍은 가족사진을 보니 내 옆에 서 있던 아내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 마음을 숨기고 '누님!'이라고 약을 올렸다. 아내는 나이 많이 들어 보이는 걸로 오해하고 충격을 받았는지 비싼 마사지를 끊었다. 예쁘다고 할걸! 놀림의 결과는 큰 비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6. 새벽기도
아내가 새벽기도를 가야겠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피곤하고 귀찮아서 안 가겠다고 했지만 잠들기 전에 계속 졸라서 할 수 없이 같이 가기로 하고 알람을 5시 10분에 맞춰놓고 잤다. 새벽에 잠을 설쳐 여러 번 깼지만 그래도 알람시간에 맞춰 눈을 떴다. 아내를 여러 번 깨웠지만 아내는 잠에 푹 빠져 일어나지 못하고 안 가겠다고 중얼거리더니 계속 잠을 잤다. 나는 잠은 이미 달아나버렸고 할 수 없이 혼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새벽기도를 다녀왔다. 이 무슨 부당한 경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