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순간포착
아내가 예뻐졌다. 은밀히 말하자면 예뻐졌다기보다는 내 눈에 예뻐 보이기 시작한 거다. 어떤 시술을 받았거나 화장술이 늘어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내의 밝은 얼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내는 참 밝게 산다. 그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예쁘기도 하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든다.
아내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아내에게 많이 예뻐졌다고 했나 보다. 아내는 이전에는 못 생겼는데 지금은 예뻐졌다고 말하는 거 같다며 재차 나한테 확증받고 싶었던지,
“여보? 내가 진짜 예뻐진 거 맞나?”하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응, 예뻐졌다!”라고 대답했지만
정말 예뻐진 거 맞냐며 나의 이동 동선을 졸졸 따라다니며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더니 더 이상 질문은 없었다.
“아무렴, 많이 예뻐지고 말고!"
"결혼 후 이 모습 보려고 20년도 넘게 기다리느라 나도 참 힘들었어!”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아들은 찜닭을 먹고 있었고, 아내는 내일부터 이틀간 출장이라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여러 가지 만들고 있었다.
“당신! 내가 끓인 된장찌개 먹으면 아마 기절할 거야!” 하며
냄비에서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숟가락으로 뜨서 간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찜닭을 먹고 있는 아들한테 물었다.
“너 혹시 살면서 엄마가 해 준 음식 먹고 기절한 적 있었나?”라고 물었더니
아들은 피식 웃으면서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도 20년째 같이 살고 있는데 아직은 없었다'라고 했다.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먹으며 자라나고
부모는 자식의 사랑을 받으며 일어선다.
<봉림숲 생각>
둘째 딸이 사춘기가 정점을 찍던 중학교 2학년을 보내고 있었다. 대화 사절, 반항 극대화의 길을 걷는 딸을 경험하게 된 극한직업 현장의 아내가 닭도리탕을 맛있게 만들었다. 딸은 닭도리탕을 매우 좋아했다.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앉아 저녁식사를 할 때, 나는 딸에게 말을 걸었다.
“예진아! 사람은 살아가며 사람의 도리를 다 해야겠지?”라고 말을 걸었다.
“응!”
딸은 얼굴도 들지 않고, 딱 한마디 영혼 없는 대답을 하고는 닭도리탕을 계속 먹고 있었다.
나는 한마디 더 했다.
“닭도 도리를 다 하는데...”
딸은 잠시 생각하더니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딸은 구운 통마늘을 참 좋아한다. 나는 자주 프라이팬에 통마늘을 구워서 주곤 한다. 큰아들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가족 모두 닭갈비집에 갔다. 식사를 거의 마칠 때쯤 딸이 생마늘이 남아 있는 걸 보고는 매우 아쉬워하며 “어? 마늘이 있었는데 못 구웠다. 나는 마늘이 너무 좋아!”라고 하길래,
“예진아! 넌 중학교 2학년 때 그 심한 사춘기를 겪었잖아? 지금 생각해 보니 네가 이렇게 사람이 된 건 마늘을 좋아했기 때문이 틀림없어!”라고 했더니 숟가락을 든 채 웃음이 터졌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적십자사에서 오는 헌혈을 했다. 헌혈을 하면 여러 가지 선물을 가져와서 선택권을 준다. 헌혈 후 담당자가 선물 팸플릿을 보여주며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10종류는 되는 거 같았다. 순간, 애들 얼굴이 떠올라 햄버거세트 교환권을 골랐다. 저녁에 김치볶음밥을 해서 딸과 같이 식사하며 오늘 헌혈했다고 말했더니 이것저것 질문하다가 “헌혈하면 뭐 주지 않아?”라고 물었다. 나는 주머니에 있는 햄버거세트 교환권을 꺼내서 딸에게 줬다.
“아빠, 고마워, 내일 먹을게!” 하며 좋아했다.
"알았어, 아빠의 핏값이야!”라고 했더니 피식 웃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시내버스를 타고 외할머니 집으로 갔나 보다. 한 시간은 넘게 가야 하는 먼 거리다. 할머니가 허리 아프다는 얘길 듣고 집에 있는 파스를 들고 가서 붙여 드렸다고 한다.
딸이 저녁식사를 하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줬다.
“아빠! 학교 급식에서 맛없는 반찬이 나오잖아?
아줌마한테 조금만 주세요! 그러면 항상 많이 주는 거야!
그래서, 맛있는 음식이 나올 때 많이 줄거라 생각하고 조금만 주세요!라고 했더니
정말 조금만 주는 거 있지!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런 얘기를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