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May 10. 2016

제6장.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돕는 교사가 필요하다

교육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를 알고, 
그것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이반 일리히 -





교수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교수라는 직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전문가’Expert’ 다.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지식의 저장고인 교수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지금의 대학이라는 교육 기관이 만들어졌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교육기관이 어쩌다가 이렇게 제도와 경쟁이 중심이 되는 곳으로 전략해 버린 것일까. 

좋은 지식을 갖고 있는 교수는 조금 더 좋은 대학에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교육 기관에 들어가면 조금 더 좋은 교수의 경험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좋은 대학에서 좋은 교수에게 배운 학생들은 더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그렇게 좋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식으로 학벌이 만들어지고, 학벌이 브랜드가 되면서 오늘날의 경쟁과 제도 중심의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런 교육 생태계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의 교수들이 자신의 수업을 온라인을 통해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좋은 대학에 가야만 훌륭한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수들의 강의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온라인을 통해 교수에게 바로 질문도 할 수 있고 시험도 보고, 인증도 받을 수 있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 불리는 거대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전 세계의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MOOC는 단순히 온라인 강의를 찍어서 공유하는 정도를 넘어 강좌와 연결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대표적인 MOOC로는 Coursera, Udacity, edX가 있으며 스탠퍼드, 프린스턴, 하버드, MIT, 버클리, 웨슬리 등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피터 노빅’ Peter Norvig’ 교수와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교수는 재학생 175명과 전 세계에 걸친 16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과목을 가르쳤다.(1) 매주 학생들은 새로운 강의 내용을 학습해야 했고, 숙제도 정해진 시간까지 제출해야 했다.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Peer-learning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16만 명의 학생 중에 약 8만 명의 학생이 10주간 과정을 완벽하게 마쳤고 최종 숙제까지 성실하게 제출하여 수료증을 받았다.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학습하는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열려있다.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면서 누구나 원하면 석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일반 교수들이 하는 지식 전달 방식의 강의형 수업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제를 선택해서 그것을 가지고 자료를 만들고 학생들을 앉혀 놓고 강의를 하는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학생들에게는 코치가 필요하다


이제 교수/교사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더 이상 스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교수/교사는 학생들이 배움에 대한 재미와 필요성을 느끼도록 만드는 인에이블러’Enabler’가 되어야 하고, 배움의 과정을 돕는 헬퍼’Helper’가 되어 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각자에 맞는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형태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교육자가 필요하다. 올린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교수 역할을 코치 혹은 멘토, 퍼실리테이터라고 부른다. 

기존의 가르치는 교육자 역할에서 배움을 돕는 코치로 역할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용기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돕는 자로서 역할을 바꾼다는 것은 학생의 현재 능력을 존중하고, 앞으로 자라날 가능성을 믿고, 그 능력을 키워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학생들에게 이런 존중과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교수/교사는 뛰어난 학습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적인 학생들을 볼 때 학습 능력이 부족하거나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역량과 경험 모든 측면에서 부족한 학생들이 우수한 교수의 말을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교수/교사를 해 온 사람들일수록 학생을 통제와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부터 배움이 중심이 된, 학생 중심의 교육은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올린은 교수들이 학생들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통제와 규제로 학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움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수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학생들을 믿고 그들의 길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평생학습자로 키워내야 한다


교수가 학습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만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평생학습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간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늘 새로운 지식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평생을 배우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 학생으로서의 삶을 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오로지 교수/교사가 시킨 것을 공부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만 학습을 해온 것이다. 이렇게 수동적인 학습을 해 온 학생들 중에 과연 평생학습자가 얼마나 될 수 있을까? 세상은 자발적 동기에 의해서 학습하는 평생학습자를 요구하는데 교육은 아직도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으니 얼마나 큰 문제인가.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키워 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결국은 대학까지도 학생들의 평생학습자로서의 길까지 막아버리고 있다. 지금 대학이 주는 학점은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기 보다 성실성을 평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이것이 지금의 대학 교육이다. 

교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돕는 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재미와 동기로 평생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대학에서 쌓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경험을 통해서 학생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올린 교수들이 하는 역할이다.”

- 올린 교수 -





 

출간을 하게 되어 브런치 글을 부득이 하게 줄였습니다. 

종이 촉감을 느끼면서 밑줄 그어가며 읽을 만한 글이 되길 바랍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757541 

매거진의 이전글 제5장. 내적동기를 끌어내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