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May 13. 2016

제7장. 학생중심에서 커리큘럼을 디자인하다.

아이는 텅 빈 물통이 아니다. 아이는 하나의 씨앗, 하나의 도토리다.
아이들의 영혼 속에 이미 모든 것이다 들어 있다.
정원사는 도토리가 참나무로 자라는 방법을 알지도 알 수도 없다.
도토리 속에 참나무가 되는 모든 정보가 쓰여 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 사타쉬 쿠마르 Satish Kumar -





학생 중심의 수업 설계 ’Student-orientedCourse Design’



일반적인 대학에서 커리큘럼은 교수 고유의 권한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모두 교수의 선택과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올린에서 커리큘럼을 만드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다름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학생 중심의 수업 설계’Student-oriented Course Design’이다. 학생 중심의 수업 설계는 학생과 다른 여러 교수가 커리큘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장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학생 중심의 수업 설계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올린에는 디자인 관련 과목들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디자인 과목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로 사용자를 이해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어느 날 디자인 관련 과목 교수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우리는 왜 교육 서비스의 고객인 학생들에게 커리큘럼을 어떻게 디자인하면 좋을지 물어보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생겨났고, 그 물음에서 시작되어 지금의 학생 중심의 수업 설계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교수들이 어떻게 학생들의 의견을 교과과정에 반영해야 할지 몰라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배움의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개선했으면 좋겠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물었다. 학생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린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요소와 개선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핵심 문제까지 도출하였다.


커리큘럼에 대한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5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정했다. 올린 교수들이 과목을 설계하고, 실제 강의를 진행할 때 5가지 요소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 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그래서 학생들의 니즈를 개별 과목 단위로 구체적으로 듣고, 수렴하여 수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올린 학생들의 수업 방식에 대한 인터뷰 결과

 1)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가 가장 좋다.

 2)   현장의 문제를 풀어냈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3)   경험을 통해서 배웠을 때 오래도록 기억한다.

 4)   나랑 상관없어 보이는, 내가 이걸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는 수업은 듣기 싫다

 5)   교수의 진도 속도가 내가 이해하는 속도와 맞지 않을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GAPA 프레임워크

 

올린 교수들은 수업을 설계할 때 GAPA 프레임워크를 활용한다. GAPA를 바탕으로 수업 과정을 시각화하고 학생과 다른 교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서 수업 과정을 구체화한다.

 

1) Goals

2) Activities

3) Products

4) Assessments (Evaluations) 


먼저 교과목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Goal’를 설정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목표는 복잡하게 설정하지 않는다. 최대한 심플하게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한다. 일반적으로 지식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학습목표를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린에서는 해당 과목을 통해 쌓아야 하는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목표를 정리한다. 올린의 대표적인 융합형 과목 중에 하나인 Stuff of history 과목에서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목표’Goal’는 가능한 단순하게 정의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까지 구체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요소들이 녹아 들어간다.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고 들어가기보다 학생들이 과목의 핵심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Activities’들을 정의한다. 과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숙제도 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한다. 책을 읽어야 하기도 하고 리포트를 쓰거나 Case Study를 해야 할 수도 있으며 제품을 만들거나 디자인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것이 바로 활동’Activities’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과목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하는 산출물‘Products’을 정의한다. 산출물은 가능한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좋다. 산출물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떤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드는 산출물이 학습 목표’Goals’에 부합하는지를 계속해서 되짚어 보아야 한다. 학생들은 목표나 활동보다 산출물을 통해 이 과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더 명확하게 이해한다. 그만큼 산출물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수업 과정에서 수행한 활동과 산출물을 가지고 어떻게 평가’Assessments’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설계할 때 단순하게 중간, 기말고사를 통해 활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보다 활동과 산출물을 중심으로 평가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활동이나 산출물은 부분적으로만 포함되고 보다 시험으로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자연히 시험 중심으로 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 목표’Goals’, 활동’ Activities’, 산출물’Products’, 평가’Assessments’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평가가 설계되어야 한다. 목표, 활동, 산출물까지는 잘 정의해 놓고 시험만으로 평가를 하면 앞에서 정의한 것이 소용이 없다. 중간에 한 단계라도 끊어지면 또 소용이 없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계속해서 점검해 보아야 한다. 배움의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올린의 경우 학생들이 각자의 주제로 연구한 결과를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활동, 산출물에 대해서 교수가 꾸준히 피드백을 주고,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교수가 준 피드백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평가로 연결된다.

                                                     




생각의 교류에서 새로운 교육이 시작된다


학생들에게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 간에 생각을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올린 교수들은 정기적인 워크숍을 열어 자신이 맡고 있는 과목을 GAPA 프레임워크에 맞춰서 시각화하고, 학생과 교수 간에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높이고, 제대로 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교과 과정을 바꿔 나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학생중심의 새로운 교육 방식들이 모여 지금의 혁신적인 올린의 교육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생각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이질적인 과목들 간에 융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학습목표와 이것을 실행해 가는 과정에서 유사점이 발견되면 더 깊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되고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교수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융합형 과목은 과목을 가르칠 교수들 간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교수들 간에 강력한 유대감이 없으면 이루어지기 어렵다. 때문에 융합형 교육을 지향하는 교육기관에서는 서로 다른 전공의 교수들 간에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실제 올린의 대표적인 융합 과목들도 두 교수들 간에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출간을 하게 되어 브런치 글을 부득이 하게 줄였습니다. 

종이 촉감을 느끼면서 밑줄 그어가며 읽을 만한 글이 되길 바랍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757541 

매거진의 이전글 제6장.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돕는 교사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