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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보라 Jan 25. 2023

남편이 식탁유리를 째려보는 이유

좋아하는 것에 에너지를 투자하자.

고등학교 때,

내 방에서 책상과 멀리 있던 의자는 뒤로 넘어갔다.

옷이 여러 겹 쌓여 있어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어어~~"하고

넘어진 의자를 일으켜 세워주고

다시 무거운 옷들을 의자에 걸어 주었다.

정리가 끝난 것이다.


현재

나와 가까이 살고 있는 남자는

깨끗, 청결한 정리왕이다.

그는 허리를 숙이고 식탁 위 유리를

열심히 째려보며 얼룩을 닦는다.


허리를 굽혀 식탁의 유리를 보는

그의 눈빛은 언제 보아도 예리하다.


그에게 동화되어 나도 이제 깔끔한

여자가 되었다.


우리 집 싱크대


이 정도면 깔끔한 여자가 된 것이 맞는가?


그는 인덕션 앞으로가

또 허리를 숙이고 인덕션을 째려본다.

한 손에는 살균티슈를 들고 있다.


처음에는 그의 청결함에 도전을 했다.


"유리에 지문 좀 있으면 어때!"

"아이가 좀 흘리면 어때!"

"그 정도까지 청소 안 해도 돼!"

"집에 있는 게 불편한 정도야!"이렇게

나의 의견을 끊임없이 내세웠다.


내가 의견을 낼 때마다

그도 그의 의견을 끊임없이 내세웠다.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그의 청결함을

어떻게 할까?


그동안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 투자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관심하기로 했다.


무관심 하자

그의 청소도 100%에서

70% 정도로 줄었다.

아주 만족했다.


나는 청소를 하지 않고 깨끗한 집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때론 우리는 싫어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 에너지는 힘이 있어서 싫어하는

그것이 점점 커 질 수 있다.


에너지내가 좋아하는 것에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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