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계속 쓰세요.
남편은 봉우리의 인스타그램 일상계정을
좋아한다.
캠핑 가서 고기는 굽는, 텐트를 치는
타임랩스라도 찍으면
이틀에 한 번 꼴로
"인스타에 사진 올렸어?"라고 물어본다.
"어 올렸어"라고 봉우리가 대답하면
혼자 실실 웃으며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인스타에 들어가 확인을 한다.
영상을 보고 좋아하면서 빨간 하트도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누른다.
자기 전 침대에서도 봉우리의 인스타사진을
하나씩 찬찬히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는다.
개인 소장 디지털 앨범을 보는 것처럼
인스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인스타에 글계정을 만들었는데
자신은 팔로우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안물안궁)
글 계정을 만들고 한 2주가 지나고
남편은 인스타에 쓴 글을 하나 읽어보라 한다.
읽어 주었다.
오글거리는 표정을 짓더니 내게
글을 못쓴다고 하는 것이다.
(하긴, 나의 글을 읽으면 나도 쥐구멍이 생각난다.)
글계정을 삭제하고 싶었다. 그러면
글에 대한 부끄러움도 함께 삭제될 것 같았다.
상심해서 며칠 글을 안 쓰다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2달 전쯤? 인스타 팔로우 알림이 와서 봤는데
남편 아이디였다.
봉우리(쌀쌀맞은 목소리로): "나 팔로우했어???!!!"
남편: "어...? 어~ 그게 팔로우가.. 됐어?
봉우리: "왜! 팔로우했어???!!"
남편: "아 그게 팔로우가 됐네..."
뭔가 알 수 없는 괘씸함에 기분이 별로였지만
그냥 넘어갔다.
또 며칠 후에는 빨간 하트를 3개 누르는 것이다.
봉우리(쌀쌀맞게) "좋아요 눌렀어???!!!"
남편 "어... 어~ 그게 눌러졌나...?
봉우리(쌀쌀맞게) "왜 눌렀어!!!???"
남편 "응원이지... 뭐..."
며칠 전에는 브런치 구독 알림이 와서 보니
남편 아이디 였다.
봉우리(쌀쌀맞게) "내 브런치 구독했어???!!!"
남편 "어...? 그게 구독이 됐어? 뭐 링크를
눌렀는데... 귀찮게 회원 가입을 하라고 했는데
그게 구독이 됐나...?"
편하게 남편 욕도 하려고 했는데
미화작업이 추가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부끄러워도, 일기 같은 글이라도,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글태기가 와도
계속 쓰자는 것이다.
왜 계속 쓰는가?
안 쓰는 것보다 나으니까!
네네네
계속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