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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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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보라 Feb 10. 2023

남편이 내 브런치를 구독했다.

그럼에도, 계속 쓰세요.

남편은 봉우리의 인스타그램 일상계정을 

좋아한다.


캠핑 가서 고기는 굽는, 텐트를 치는

타임랩스라도 찍으면


이틀에 한 번 꼴로

"인스타에 사진 올렸어?"라고 물어본다.


"어 올렸어"라고 봉우리가 대답하면

혼자 실실 웃으며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인스타에 들어가 확인을 한다.


영상을 보고 좋아하면서 빨간 하트도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누른다.


자기 전 침대에서도 봉우리의 인스타사진을

하나씩 찬찬히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는다.

개인 소장 디지털 앨범을 보는 것처럼

인스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인스타에 글계정을 만들었는데

자신은 팔로우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안물안궁)


글 계정을 만들고 한 2주가 지나고

남편은 인스타에 쓴 글을 하나 읽어보라 한다.

읽어 주었다.

오글거리는 표정을 짓더니 내게 

글을 못쓴다고 하는 것이다.

(하긴, 나의 글을 읽으면 나도 쥐구멍이 생각난다.)


글계정을 삭제하고 싶었다. 그러면

글에 대한 부끄러움도 함께 삭제될 것 같았다.


상심해서 며칠 글을 안 쓰다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2달 전쯤? 인스타 팔로우 알림이 와서 봤는데

남편 아이디였다.


봉우리(쌀쌀맞은 목소리로): "나 팔로우했어???!!!"

남편: "어...? 어~ 그게 팔로우가.. 됐어?

봉우리: "왜! 팔로우했어???!!"

남편: "아 그게 팔로우가 됐네..."


뭔가 알 수 없는 괘씸함에 기분이 별로였지만

그냥 넘어갔다.


또 며칠 후에는 빨간 하트를 3개 누르는 것이다.


봉우리(쌀쌀맞게) "좋아요 눌렀어???!!!"

남편 "어... 어~ 그게 눌러졌나...?

봉우리(쌀쌀맞게) "왜 눌렀어!!!???"

남편 "응원이지... 뭐..."


며칠 전에는 브런치 구독 알림이 와서 보니 

남편 아이디 였다.


봉우리(쌀쌀맞게) "내 브런치 구독했어???!!!"

남편 "어...? 그게 구독이 됐어? 뭐 링크를

        눌렀는데... 귀찮게 회원 가입을 하라고 했는데

        그게 구독이 됐나...?"


편하게 남편 욕도 하려고 했는데

미화작업이 추가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부끄러워도, 일기 같은 글이라도,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글태기가 와도

계속 쓰자는 것이다.


왜 계속 쓰는가?

안 쓰는 것보다 나으니까!


네네네

계속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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