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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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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보라 Feb 14. 2023

오늘의 부부싸움 생중계

싸움 대신 대화가 있어요.

거하게 부부싸움을 했다.


우리의 싸움 심각정도는 중상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름 다른 부부에 지지 않는다.

(이런 건 져도 되는데...)


오늘은 나도 왠지 참고 싶지 않아,

나오는 데로 내 질렀다.

내가 비꼬고 비꼬니 상대방도

꼭지가 돌돌돌 돌고 또 돌지 못해 엉켰다.


그러다 둘 다 정신 꼭지를 내려놓고

'내가 더 사악하다.!'를 배틀 하듯이 싸웠다.

싸우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에 스스로 지쳐

"다 지난 일이고 지금 더 이야기한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라고 내가 말했다.


남편은 몇 문장 더 크게 소리치더니

반응이 없으니 이내 조용해졌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잠깐사이 에너지가 충전된 내가 굳이 남편에게

다시 가서 꼭지가 돌돌돌 돌아가는 주문을 외웠다.

나의 주문을 받은 남편은 그것을 잘도 흡수해서

꼭지를 슬슬 빠르게 돌돌돌 돌렸다.

역시 부정적인 건 꽤나 흡수가 빠르다.

내가 독서 좀 하라고 할 땐 그렇게 버티더구먼...


그렇게 2차전을 굳이 만들어서 하고

아이를 씻기고  누웠다. 누우니 드는 생각,

'성질나는 데로 내질러서 얻는 게 무엇인가?'

예전에는 부부싸움이 끝나도 씩씩거리면서

열받았는데 40넘어가니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웃프네)


생각해 보니, 참고 싶지 않아서

내지른 것이 아니고 소리를 지른 게 먼저였다.


내가 소리를 지르니

뇌가 화가 났다고 인지하고

화에 맞는 설정을 신경에게 마구 보낸다.

이성의 끈을 잡을 틈도 없이 뇌가 전달하는 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출했던 것 같다.


역시 뇌는 상황보다 말에 집중한다.

어떻게 보면 뇌를 속이는 건 쉬운 것 같기도 하다.

(갑분 뇌...)


그런데 오늘 부부싸움에서 얻은 것이 있다.

남편과 나의 성향 차이이다.


나는 어떤 결정을 할 때 혼자 하는 편이다.

일처리를 할 때도 대부분 힘들어도 혼자 해결한다.

그리곤 남편에게 말도 잘하지 않는다.


남편은 어떤 결정을 할 때 주위에 많은

자문을 구한다. 그리고 자신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세세한 과정을 말해 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친다.(X)

(그럴 때마다 집중해서 듣겠다.(O))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알아서 혼자 해결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하니 말이다.

'독립적으로 각자 하기'가 편하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남편은

나의 일도 세세하게 잘 챙겨준다.

어쩔 때는 귀찮기도 하다.(X)

(나를 챙겨줘서 고맙다.(O))

내가 다 알아서 하는데...


남편의 입장에는 내 할 일만 하는 내가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좀 냉정 하고, 무심하고,

사람 열받게 말할 때도 있다. 인정한다.


그럼

냉정의 반대는 뭐가 있을까? '함께', '같이'

무심의 반대는 뭐가 있을까? '관심', '애정'

열받게 하는 재주는? '나 전달법'

이렇게 되겠다.


그럼

요술봉 등장~

뾰로롱~!!


일처리, 스케줄 관리는 '함께' 결정.

남편에게 진심 어린 '관심'.

화가 나도 '나 전달법'으로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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